지천명(知天命) - 황원교 지천명(知天命) - 황원교 이대로 주저앉거나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이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하며 주어진 길을 완주하는 것뿐 다만, 귀는 활짝 열어놓고 될수록 입은 다문 채 손아귀에 꼭 쥐고 있는 것들 미련 없이 훌훌 내려놓으면서 *시집, 오래된 신발, 문학의전당 성탄.. 한줄 詩 2018.12.25
내 부족함은 좌파인 빗소리로 채워진다 - 김명인 내 부족함은 좌파인 빗소리로 채워진다 - 김명인 입담 센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으나 오른쪽 회로는 처음부터 차단되었으므로 옆자리의 큰 소라라도 왼쪽만 받아놓는다 나의 의견도 절반만 옮기겠다, 내 부족함을 알기에 납덩일 매단 겨울비가 유리창을 들이친다 안팎 없이 들.. 한줄 詩 2018.12.25
사랑의 미로 - 최진희 그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 사랑으로 눈 먼 가슴은 진실 하나에 울지요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 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흐르는 눈물은 없어도 가슴은 젖어 버리고 두려움에 떨리는 것은 사랑의 기쁨인가요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 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때로는 쓰라린 이별도 쓸쓸히 맞이 하면서 그리움만 태우는 것이 사랑의 진실인가요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 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두줄 音 2018.12.25
옛 골목에 갔었네 - 백무산 옛 골목에 갔었네 - 백무산 옛 골목에 갔었네 습기가 그리워서라고 해야겠네 낡은 점방과 중고 전파사와 오색천 감긴 대나무 깃발 세운 무당집이 그대로인 골목 녹슨 철대문에 더께 칠한 페인트 흙먼지 하나 없이 덕지덕지 발라진 시멘트 바닥 흙이라곤 고춧대 박힌 스티로폼 박스뿐 골.. 한줄 詩 2018.12.24
겨울 저녁의 시 - 이제하 겨울 저녁의 시 - 이제하 삼각모를 쓴 쬐깐 바라크 들창과 들병이네 방과 빈대떡집과 굴뚝과 하아라한 저 아름다운 연기 섣달 저녁답을 걸어갈 때는 예편네와 간밤에 통정(通情)을 하고 싸구려, 싸구려를 낄낄대는 장돌뱅이들의 울트라마린, 에메랄드 그린의 울음 섞인 목청과 눈감은 파.. 한줄 詩 2018.12.23
밤의 흉각에 깃든 입술 자국 - 한석호 밤의 흉각에 깃든 입술 자국 - 한석호 어떤 날은 잠들고 어떤 날은 깨어 있다 녹슨 파도 소리를 수선하느라 혈관이 뚜렷해진 달의 규방 꽃을 꺾는 일은 그림자를 잃어버린 자의 밤을 수혈하는 것보다 비리다 그림자극을 상영하는 극장 앞에서 그림자를 동반하지 않는 자의 배후를 오래 읽.. 한줄 詩 2018.12.23
끝별 - 서상만 끝별 - 서상만 새벽노을에 잠긴 별, 꿈을 꾸며 반짝이지만 아침이 오면 빛은 사라진다 영원한 빛이 있을까 쉼표로 죽어가며 그 끝의 마침표도 못 찍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 이른 동녘, 시작을 알리는 새벽별도 그 자리를 지키고 싶지만 시작과 함께 빛을 잃는다 실은 그 별도 끝별이다 빛이.. 한줄 詩 2018.12.23
소년이 울고 있다 - 김경윤 소년이 울고 있다 - 김경윤 안개처럼 아련한 기억의 저편에서 한 소년이 울고 있다 저문 바닷가 모래 언덕에서 소금기 젖은 칼칼한 갯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청마(靑馬)를 읊조리던 소년의 어깨 너머로 바다는 우렁우렁 붉게 물들었다 아버지의 귀향은 늘 낙조보다 더디고 허기진 마음.. 한줄 詩 2018.12.23
머나먼 술집 - 류근 머나먼 술집 - 류근 요 몇 달 사이에 나는 피해서 돌아가야 할 술집이 또 두 군데 더 늘었다 없던 술버릇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갈 수 없는 술집들도 하나씩 늘어난다 그저께는 친하게 지내오던 사채업자와 싸우고 어젯밤엔 학원 강사 하는 시인과 싸우고 오늘은 술병 때문에 일요일 하루를 낑낑 앓는 일에 다 바친다 억울하다 갈 수 없는 술집이 늘어날 때마다 없던 술버릇이 늘어날 때마다 그래도 다시 화해해야 할 사람들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또 술 생각이 난다 맨 정신일 때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내 선량한 자존심 하지만 그들은 왜 하필 술 마실 때에만 인생을 가르치려는 것인가 술자리에서만 별안간 인생이 생각나는 것인가 억울하다 술 마실 때에만 불쑥 자라나는 인생이여 술에서 풀려나면 다시 모른 체 껴안고 살아버려야.. 한줄 詩 2018.12.23
개저씨 심리학 - 한민 제목에 꽂혀 읽었다. 책 욕심은 많아도 명사가 추천하는 책을 믿지 않는다. 의심도 한다. 과연 그 책을 추천한 명사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행여 자신의 지식을 포장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약간의 약장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내쳐 읽었다. 이십대가 이 책을 읽을 리는 만무하고, 천상 어딘가 캥기는 사십대 이후의 중년들이 솔깃할 제목이다. 그래선지 글자도 큼직하고 줄 간격도 시원하다. 당연 페이지에 비해 내용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질소 빵빵하게 넣은 양파링 스넥처럼 말이다. 기발한 처세술이나 인생 성공 사례를 말하지는 않는다. 나이 먹을수록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몰아부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고 무심코 넘길 수 있는 .. 네줄 冊 2018.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