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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 장승욱

얼마전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처음엔 제목을 숯통으로 알고 뽑았다가 자세히 보니 술통이다. 조금 두꺼운 책이라 무슨 철학서인가 했는데 술에 얽힌 산문집이다. 약력을 보니 저자 장승욱은 우리말에 관한 다수의 책을 냈단다. 술통은 단숨에 읽게 만들 만큼 흥미가 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한다. 이 책이 나온 것은 2006년이고 저자는 2012년 1월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1961년 출생이니 51년을 살고 세상을 떴다. 다수의 우리말 관련서뿐 아니라 시집도 유고 시집 포함 두 권이다. 아! 이 사람 시인이었구나. 중간에 정체를 파악한 나는 시인이 쓴 산문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술에 관한 예찬이자 담론이라 할까. 어쨌든 요즘은 내가 술을 거의 끊다시피 했으나 예전에 술이..

네줄 冊 2018.12.20

쓸쓸한 가위 - 박정원

쓸쓸한 가위 - 박정원 한파를 견디고 있는 나무에게 전지가위를 댄다 잘리는 나뭇가지의 외마디소리에 왔던 햇볕도 오그라든다 부드러운 나무는 휘어지며 잘리고 거친 나무는 부러지면서 잘린다 내 몸속의 곁가지나 잔가지를 누가 잘랐나 다시 와서 손을 봐주면 안될까 곤고한 몸을 지탱하느라 애쓴 다리는 말고 지쳔명을 넘기느라 희끗희끗해진 머리칼도 말고 엊그저께 뽑은 사랑니 같은 것 가시 돋친 혀뿌리 꽃을 위장한 눈물뿌리 싹독 도려낼 순 없을까 가시나무는 가시째 잘리고 꽃부터 피는 나무는 꽃잎째로 잘리는데 왜 성급한 내 몸속의 가시나 꽃은 잘라내지 못했을까 누굴까 나를 제대로 솎아내지 못한 가위는 *시집, 고드름, 시평사 그리운 별 - 박정원 어금니가 흔들리자 김치 한 잎도 고무줄이네 삼십육년 전에 지은 정부종합청사처..

한줄 詩 2018.12.19

청사포 - 최백호

청사포 - 최백호 해운대 지나서 꽃 피는 동백섬 해운대를 지나서 달맞이 고개에서 바다로 무너지는 청사포 언제부터인가 푸른 모래는 없고 발 아래 포구에는 파도만 부딪히어 퍼렇게 퍼렇게 멍이 드는데 해운대 지나서 바다와 구름 언덕 해운대를 지나서 달맞이 고개에서 청사포를 내려 보면 여인아 귓가에 간지럽던 너의 속사임 아직도 물결 위에 찰랑이는데 찰랑거리는데 순정의 첫 키스 열정의 그날 밤 수줍던 너의 모습 이제는 바람에 흔적마저 찾지 못한 청사포 사랑한다고 나만 사랑한다고 철 없던 그 맹세를 내 진정 믿었던가 목 메어 울고 가는 기적 소리여 # 최백호 노래는 언제나 가사를 유심히 새기면서 듣는다. 그가 작사 작곡을 한 모든 노래가 서정적이서 그렇다. 1950 대평동 가사는 그가 태어난 해를 기념한 것이기도 ..

두줄 音 2018.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