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 류근 내게 아무런 기쁨 없으니 나무들은 저희끼리 한 시절의 잎사귀를 불렀다 흩어놓고 몇 번씩 비가 내리는 저녁이 와서 더욱 캄캄해진 귀를 막게 했을까 세상에 오지 않는 노래와 약속들은 아프고 아무 데서나 쓰러지고 싶었던 나날들은 내게도 고통이었을 테지만 이젠 어쩔 수 없고 어쩔 수 없음으로 하여 나는 더 멀리 길 바깥으로 떠밀려간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서는 모든 것들이 뚜렷해서 귀를 막지 않아도 내 고통이 잘 들리고 잘 자란 벌레처럼 울 수도 있었을 것이므로 점점 더 깊은 곳에 나는 나를 버려두는 것이다 불타지 않는 기억들을 집으로 지은 사람답게 함부로 생애의 알 수 없는 힘들을 견디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의 길과 빗방울이 오는 길과 시간이 흘러가는 길을 그 바깥에서 파랗게 볼 수 없다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