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향기 - 육근상
백 년 향기 - 육근상 목에 호스를 심은 식물이 왔네 금방 떨어질 것 같은 한 꽃송이 달고 뽀글거리며 침대째 내게 왔네 숨 한 번 쉴 적마다 식물은 가는 허리로 발목으로 동그란 눈으로 갸릉갸릉, 흰 나비 부르고 상심한 남자는 굵은 손으로 눈물 찍어내며 꽃자리 지키느라 안간힘이었네 겨우내 떨어져 살며 꽃 피우고 새 화분으로 옮겨갈 막다른 허공 잡다 댓바람에 목 꺾인 몸부림은 얼마나 힘든 외로움이었나 시든 꽃에도 향기는 있네 백 년 식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은 향기네 *시집, 만개, 솔출판사 煞* - 육근상 스무날이었던가 버러지소리로 들어와 방문 걸어 잠근 날 가을비 내렸던가 한 소절씩 끊어 말리며 두근거리는 심장 가라앉힐 때 차가운 바람은 볼온한 나를 어디로 인도하였던가 餘恨이라는 말 있었던가 살아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