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블루 - 서규정 낙석 하나가 분화를 꿈꾸는 지층을 깨우듯 내 몸을 흔드는 정체불명의 힘, 블루라는 낯선 말이 간간이 극장 포스터나 술집 이름으로 등장할 때에도 뭐 현대인의 색다른 기호나 유희성이겠거니 하다가 자갈치 물양장에서 은하호를 보는 순간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어 전선과 전선이 담쟁이 넝쿨처럼 우거진 교각 밑에선 노약자 노숙자들은 노을과 놀고 관리들은 꼬리 잘린 도마뱀과 놀고 공적자금은 밑 터진 독과 놀고 우울이 껌처럼 늘어붙는 거리 평생을 구두 발자국만 새긴 어느 판화가의 생애를 위해서라도 어디로 떠나가 줄까 더 이상 발자국을 뜯어 먹히기 싫어…그러니까 얼마나 이 땅의 기다림과 그리움들이 다했으면 덧문을 닫아 걸 이 나이에 나를 끌어내는 정염의 덩어리를 찾아 맨발로 99톤 은하호에 오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