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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표절 - 서규정

창백한 표절 - 서규정 나의 꿈은, 임대로라도 바다가 보이는 서민 아파트 베란다에 초생달 같은 여자 하나 꽂아두고 쳐다보고 올려보며 손을 흔들다가 그만 고개 부러질 수선화로 피고 싶은 일 살아오면서 살아가면서 제발 네 발 만은 짚지 않기를 세수대야에 이는 손톱에도 날마다 괴로워 했다 닭다리를 씹는 기분으로 걸어가야지 오늘밤도 달이 검은 구름 속으로 발을 든다 뺀다 몸을 와삭 구겨넣는다 *시집, 직녀에게, 빛남출판사 아아 백도라지 - 서규정 나를 비켜간 모든 것들에 대해서, 노래 하련다 모래와 물이 서로의 힘을 믿고 겉도는 내 고향은 모래나라 물공장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정기적으로 서커스가 들어오고 반사적으로 주먹이 돌지 않음 어지간히 무료해 마지않던 소읍 멀리 주물단지 굴뚝에서 고구마 색깔의 연기라도 ..

한줄 詩 2019.01.10

책벌레의 여행법 - 강명관

이 양반이 쓴 책은 꼭 읽는다. 글이란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닐 테지만 성품은 어느 정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강명관 선생의 삶은 참으로 풍요로울 거라는 질투심을 느낀다. 지성인의 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쁘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다. 나는 우리 사회가 교수라는 직업을 호칭 삼아 그대로 부르는 묘한 관습이 거슬리는 사람이다. 의사님, 공무원님, 회사원님 이렇게 부르는 것은 어색해 하면서 교수님이라 부르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오히려 교수 당사자들부터 자신을 교수님이라 불러줘야 제대로 대우 받고 호칭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교수든, 교사든, 의사든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맞고 단어 뜻도 선생님이 교수보다 더 높이는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강..

네줄 冊 2019.01.09

나는 왼쪽이다 - 박소원

나는 왼쪽이다 - 박소원 어디서부터 내 몸의 오른쪽과 왼쪽이 우회도로를 걷기 시작했을까 어느 날 목 디스크로 인한 근육통이 왼쪽에 마비 증상으로 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늘을 지날 때는 저림 증세가 엄살처럼 더 도졌다 비는 집중적으로 내리다 한순간 눈으로 바뀌었다 나이테를 그리며 백 년 만에 내리는 폭설로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아랫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길이 막혔다 제설 차량끼리 충돌하는 뉴스를 보며 사람들은 외출을 줄였다 기온이 수시로 바뀌고 모든 안부는 한쪽으로 쏠렸다 물리치료실 치료사는 지극한 손길로 전기치료를 완수해 갔으나, 그림자는 균형을 잃었다 예각으로 기운 왼쪽이 늘 앞서서 걷는다 사람들은 왼쪽의 안부로 나의 근황을 물었고 나는 어느새 왼쪽이 되었다 며칠 전 세 번째, 근육통으로 정형외과 병실..

한줄 詩 2019.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