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내 나이는 - 권순학

마루안 2019. 1. 2. 19:27

 

 

내 나이는 - 권순학

 

 

내 나이는

내게 달린 추다

걸음마다 비틀거리는 나

햇살이나 그림자처럼 더나 덜 나가면

얼른 기우뚱 제 몸 던져

제자리 잡아 주는 추다

 

새가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것은

박차고 밀치는 날갯짓 때문이 아니라

비우고 또 비우려는 그의 추 때문이리라

 

언제부턴가 내게 돋은 날개는

푸드덕거릴 뿐

 

아무 때나 새가 되지 않도록

제 속 구석구석 비우고 다지는 내 추

버거워지는 날

나 그때 돌아가리라

 

 

*시집, 바탕화면, 시학사

 

 

 

 

 

 

달인 - 권순학

 

 

비탈진 허리는 균형 잡기 달인이다

험한 곳일수록 궂은 날일수록

그의 묘기 빛을 더한다

 

사시사철 산비탈 오르내리며 단 한 번도

구르지도 미끄러지지도 않으려고

오뚝이보다 더 부지런 떤 그의 내력

허리 굽혀 보지 않은 자는 알 리 없다

 

해를 등진 비탈 아래

담벼락에 널린 햇살 발라 온기 나누는

주름마다 그렁그렁 찬 내력 쿨럭쿨럭 뱉는

비탈진 허리마다 분주하다

 

흘러내리는 그림자 비탈에 널어 두고

분주한 허리 쫓아 고물고물하는 황혼

그도 균형 잡기 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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