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처럼 - 서화성 방금 사우나에서 나온 것처럼 이럴 때면 랭보처럼 기차게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막바지 가을에 별이 떨어진다는 건 두 번째 단추를 갖고 싶다던 그녀는 사랑만 먹고 싶다며 집시처럼 떠돌았다 새벽은 가고 또 다른 새벽이 온다며 방황과 찢어진 가슴에서 청춘은 가버렸지만 앵무새처럼 달력에서 하루가 지나갔다 노동의 힘은 무중력이다, 라는 사실 해질 무렵, 가을을 토해낸 낙엽들이 무덤처럼 잠들었다 낙엽비가 내린 새벽길에서 울어 본 적이 있었던가 손톱이 자라 살덩어리를 파먹어버린 오늘밤처럼 낙엽비를 닮아 서러운 아버지가 생각난다 연탄처럼 속이 타들어갔던 10월의 마지막 밤처럼 그녀는 한 달째 노래를 부른다 유독, 눈물이 짠 12월은 나이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시집/ 언제나 타인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