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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처럼 - 서화성

랭보처럼 - 서화성 방금 사우나에서 나온 것처럼 이럴 때면 랭보처럼 기차게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막바지 가을에 별이 떨어진다는 건 두 번째 단추를 갖고 싶다던 그녀는 사랑만 먹고 싶다며 집시처럼 떠돌았다 새벽은 가고 또 다른 새벽이 온다며 방황과 찢어진 가슴에서 청춘은 가버렸지만 앵무새처럼 달력에서 하루가 지나갔다 노동의 힘은 무중력이다, 라는 사실 해질 무렵, 가을을 토해낸 낙엽들이 무덤처럼 잠들었다 낙엽비가 내린 새벽길에서 울어 본 적이 있었던가 손톱이 자라 살덩어리를 파먹어버린 오늘밤처럼 낙엽비를 닮아 서러운 아버지가 생각난다 연탄처럼 속이 타들어갔던 10월의 마지막 밤처럼 그녀는 한 달째 노래를 부른다 유독, 눈물이 짠 12월은 나이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시집/ 언제나 타인처..

한줄 詩 2019.06.30

옥상 족보 - 이성배

옥상 족보 - 이성배 족보 있는 집안에서는 빨래를 미루지 않는 거다. 아내의 취미는 빨래다. 아, 족보 있는 집안 출신 그런 아내에게 미안하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서책 한 권이 없다는 거다. 그래도 우리 집 옥상엔 검은 폐전선으로 튼튼하게 당겨진 빨랫줄이 있는 거다. 세탁기 한 통 가득 돌린 빨래를 햇살에 말리는 풍경이란 똑같은 모양새로 이 악물고 있는 집안 내력, 가슴이 벅찬 건 순전히 조상들의 공로다. 고려 중기 이후 변변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식구들의 치명적 약점, 과묵한 집안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누대에 걸친 배고픈 노동이 빨랫줄에 가지런히 대롱거리는, 우리 집 족보는 경건하기까지 하다. 人人人人 현고학생부군신위, 우리 집안에서는 분명 후세에 걸출한 바지랑대 같은 인물이 나오리라 믿는 거..

한줄 詩 2019.06.30

우리가 함께 있는 세상에서 - 정의태

우리가 함께 있는 세상에서 - 정의태 산을 오르면 나무와 풀과 새소리 물소리 만나듯 이 세상에 왔다하여 우리가 만났을까 바다로 가면 파도와 수평선, 돌섬과 갈매기 마주하듯 그대가 이 세상에 있다하여 우리가 마주쳤을까 해와 달, 별이 들여다보는 세상이듯 조그만 내가 있어 그대 나를 보았을까 석양이듯 이 세상 흘러가고 강가에 서면 저물듯 떠나가리니 우리가 함께 있는 세상에서 우리 서로 햇살 되고 달빛 되어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지 못할 그리움이라면 남김없이 안고 갈 그 사랑이라면 *시집, 세상의 땀구멍, 도서출판 전망 소 - 정의태 소는 소로 산다 소는 사람같은 소로는 살지 않는다 여물을 먹는 소는 가급적 사람이 주는 먹이만 씹어 삼키지만 사람은 소를 먹는다 구석진 곳까지 다 발라 먹는다 소의 살과 ..

한줄 詩 2019.06.29

눈 한번 감았다 뜰까 - 조항록 시집

줄곧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던 시집이다. 며칠 다녀온 여행길에 동행했던 시집이기도 하다. 여행길 배낭은 가능한 짐을 줄여야 하기에 두꺼운 책은 부담스럽다. 시집이 우선인데 그 조건은 단 한 가지, 여러 번 읽어도 단물이 빠지지 않는 시다. 딱 한 권 넣어 가는데 당연하다. 시는 반복해서 읽어야 가슴에 온전히 박히지만 어디 그런 시가 흔하던가. 세상엔 시인도 시집도 많고 많지만 좋은 시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시집 한 권에 뱐복해서 읽을 만한 시가 많이 실린 경우는 더욱 드물다. 까맣게 잊고 있던 사람의 시집을 뱔견할 때가 있고 곧 시집이 나올 것으로 마음에 둔 시인도 있다. 조항록 시인이 그렇다. 학수고대는 아니어도 조만간 시집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감하고 있었다. 이런 시집을 만나면 읽기도 전..

네줄 冊 2019.06.28

나를 문맹으로 만드는 문장

배우 김혜수가 화려한 글리터 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김혜수는 27일 오후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석했다. 이날 김혜수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보라빛 톱 드레스에 블랙 턱시도 재킷을 걸친채 레드 카펫을 밟았다. 하트 톱 드레스를 선택한 김혜수는 시원하게 드러난 네크라인에 컬러감이 돋보이는 화려한 목걸이를 착용해 포인트를 더했다. 또한 김혜수는 양 손목을 감싸는 디자인의 골드 손목 시계와 뱅글을 착용해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혜수는 쇼트커트를 1:9 가르마로 완벽하게 넘긴 특유의 헤어스타일로 시크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냈으며, 깔끔한 피부 표현과 차분한 립 메이크업으로 우아한 룩을 완성했다. 신문 기사를 읽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열줄 哀 2019.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