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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화가다 - 정일영

책 제목도 인상적이지만 젊은 여성이 빤히 바라보는 그림에 끌려 고른 책이다. 나의 영화 고르는 기준이 배우보다 감독이 먼저고 책을 고르는 기준은 유명 작가보다 내용물이 알찬 책이다. 그렇다고 저자를 안 보고 책을 고를 수는 없다. 책 소식을 꾸준히 접하고 있는 내게도 정일영 작가는 완전 무명이다. 책 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도 베일에 싸서 실려 있어 작가를 검증하기가 더욱 애매했다. 천상 내용물을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몇 장 들추고는 바로 선택했다. 책 판형은 작지만 안에 들어있는 그림은 호기심 가는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요즘 유독 회자되는 여성주의를 다룬 영양가 있는 내용물로 꽉 찬 야무진 책이다. 화가와 시인은 다른 분야에 비해 여성이 많은 편이다. 주변에도 내가 시 읽기와 그림 감상을 좋아한다..

네줄 冊 2020.04.03

만우절 - 성동혁

만우절 - 성동혁 궁금한 것은 죄구나 전도사는 나를 지옥으로 보내고 싶어 안달인가 보다 격양하는 인간이여 양들의 머리통을 자른다고 어찌 죄 사라지는가 휘장 밖에서 기다리는 이여 불길한 꿈을 납득하고야 마는 인간이여 우린 영원히 갇혀 있구나 학설에 의해 스스로 정하지 않은 부모에 의해 예배당 순결하게 모여 죄인으로 흩어진다 그러나 몰아치는 거짓말 속에서도 인간으로 남은 인간이여 사랑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 사랑도 두려움으로 하는 인간이여 *시집, 아네모네, 봄날의책 더미 - 성동혁 백미러엔 종종 당신 얼굴 비친다 더 비참할 게 남은 사람처럼 아무리 운다고 하여도 아무리 주저앉는다 해도 땅과 하늘을 다시 꿰맬 순 없다 그건 나의 소관이 아니다 그러나 새벽의 빈 횡단보도를 지날 땐 신호 대신 더 많은 것들이 ..

한줄 詩 2020.04.01

사과와 양파 - 김이하

사과와 양파 - 김이하 햇살이 들다 고개를 꺾고 기웃거리는 창가에 한 알 남은 사과는 한 달도 넘게 뒹굴거리던 것이고 두 알이 남은 양파는 한 달이 못 된 것이다 국을 끓이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혹은 생으로 먹어치울 식욕도 없이 그렇게 내 삷은 흘러왔던 것이다 사실 그것들이 검정 비닐 봉지에 담겨 삼층으로 마지못해 올라올 때도 뚜렷한 목적을 붙인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어쩔 수 없이, 이들은 그 창가에 놓였고 햇살이 애를 닳고 목을 꺾게 한, 오히려 그들의 생존이 더 간절하게 똬리를 튼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 간절한 시간들 언덕배기를 오르던 아버지의 굵은 종아리 스러지고 한꺼번에 허물어지던 어머니의 무릎 애인에게서 퐁겨 오던 그 단내 나는 시간들마저 의지가지없던 긴 세월 그러나 삶은 또 한 번 온다 간절..

한줄 詩 202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