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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그리는 노래 송승언

사람 그리는 노래 송승언 정원으로 이어지는 여러 갈래의 길에는 신도들이 늘어서 있고 신앙심을 시험하려는 듯이 줄줄이 대기열을 만들고 혀를 내밀고 있다 혀끝에서 신속히 흩어지는 것 없었던 듯 새겨지는 것 그것을 위해 나는 항상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낯가죽을 새롭게 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혀를 내밀며 드는 생각은 이것 나는 대체 어떤 종류의 인간인가? 여러 갈래의 길로 이어지는 정원에 서서 향나무의 뒤틀림에 경탄했다 저렇게 뒤틀릴 수만 있다면 개발 중인 신도 두렵지 않을 텐데 비늘조각이 육질화 된 향나무를 보며 향나무 좋지.... 나도 좋아해 말씀하시던 신부님은 맥주 마시러 갔고 나는 이제 내 팔다리의 멀쩡함을 입증하기 위해 뇌에 대타격을 입은 사람의 말을 빌려 쓴다 탁구 하던 사람 술집 하다가 망한 그 사람..

한줄 詩 2020.03.19

소심한 사진의 쓸모 - 정기훈

이런 책은 무조건 읽는다. 까다로운 책 고르기에서 이렇게 따뜻한 책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 스마트폰 시대여서일까. 세상엔 사진이 넘쳐난다. 이미지 과잉 시대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도 사진 없이 소통할 수 없을 정도다. 책도 사진도 넘쳐나는 시대에 과연 진지함을 담고 있는 것이 몇 개나 있을까. 왜 모든 것이 진지해야만 하냐는 반문을 할 수 있다. 맞다. 모든 것이 진지할 필요는 없다. 책도 영화도 만화도 심심풀이로 소비하기도 한다. 심심할 시간이 없는 나는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모범생은 아니지만 막 살고 싶지 않은 몸부림이다. 그동안 막 살면서 인생을 낭비했기에 더욱 그렇다. , 참 저렴하게 살았던 소심한 나도 쓸모가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정기훈은 어쩌다 카메라를 잡았다가 사진 찍는 일..

네줄 冊 2020.03.16

한 뼘의 여유 - 최정

한 뼘의 여유 - 최정 추락하기 직전 날개 돋는 기적 같은 삶이란 가능한 일인가 눈길 오르막에서 트럭은 정비소에 맡겨졌다 뜻하지 않게 강원도 산중에서 일주일이나 더 발이 묶였다 그러고 보면 내 인생도 뜻하지 않게 여기까지 굴러왔다 한쪽 뒷바퀴가 남겨준 낭떠러지 한 뼘의 짜릿한 여유를 이제껏 모르고 살아왔다 잠시 미끄러졌을 뿐인데 벼랑으로 밀려날까 두려워 미리 겁먹었다 슬쩍 눈 감고 살았다 *시집, 푸른 돌밭, 한티재 돌탑 - 최정 하고많은 땅 중에 돌밭 주인이 된 것은 숙명일지도 몰라 농사의 시작은 끝을 치르는 나만의 무슨 중요한 의식처럼 또 큰 돌을 주워낸다 돌을 주워낼 때마다 왜 무작정 속죄하는 마음이 드는 걸까 먹고살겠다고 이 땅에 흘린 허물 주워 담는 기분이 드는 걸까 차갑고 모난 돌들도 서로 등..

한줄 詩 2020.03.15

먼 항구를 그렸던 그림 - 정윤천

먼 항구를 그렸던 그림 - 정윤천 불쑥불쑥 나타나 팔짱을 걸어 주고 하였던 아이는 외가 쪽의 먼 피붙이였다 별들이 이마 위로 가장 가까이 내려앉은 계절이었다 외가 마을의 미루나무 너머로는 내가 살폈던 목측(目測)의 한계보다 먼 데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산딸향이 들켜오던 저녁이 오고 있었다 아이에게 건네주어야 할 그림의 제목을 정하여 나온 날이었다 아이의 눈 속으로 등대의 불빛 같은 눈물별이 하나 지고 있었다 아이는 내 그림 속에 그려진 그림의 내용을 물어 주었다 항구와도 같았던 데를 그려 넣었던 그림이었기에 항구가 그려진 그림이라고 일러주었다. *시집, 발해로 가는 저녁, 도서출판 달을쏘다 근황 - 정윤천 맹물에 국수를 말아먹은 과거가 있다 국수의 추억은 가늘고 밍밍하여 팔리지 않는 요즘의 시집들과 닮았..

한줄 詩 2020.03.15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한 글 목록

종로서적 교보문고 시집 코너가 작아졌다. 교보문고에 시집을 구하러 갔다. 오래된 시집 하나 최근에 나온 시집 하나. 둘 다 없다. 10분 거리의 영풍문고에 가도 없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개의 서점 모두 코너가 작아졌다. 겨우 한 칸이 전부다. 예전엔 여러 칸이 있었다. 특히 교보문고 시집 코너는 엄청 넓었다. 맹자가 말하길 무릇, 남이 나를 업신 여길 때에는 나 자신이 떳떳치 못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 중얼거리며 웃다. 너무 멀리 온 길 언제 이렇게 먼 길을 걸어왔던가. 내 인생의 불발탄 참 저렴한 존경 툭 하면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님이란다. 아예 접두어처럼 되었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무명가수의 꿈 30년 무명 끝에 히트를 했다. 사랑의 배신 한 때는 나에게 특별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열줄 哀 202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