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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길이네 곱창집 - 정의신

재일교포 한인들의 애환을 그린 영화다. 시대 배경은 1960년대 후반 일본의 고도 성장 시기다. 2차 대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김용길 가족 이야기다. 오사카 비행장 근처 조선인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의 문패에는 金田이라는 성 아래 여섯 식구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 용길(아빠), 영순(엄마), 정화(큰딸), 이화(둘째), 미화(셋째), 時生(막내아들)이다. 용길은 일본의 제국전쟁에 끌려갔다가 한쪽 팔을 잃고 외팔이가 된다. 영순은 고향 제주에서 4.3 때 남편과 가족을 잃고 겨우 목숨을 건져 일본으로 피신했다. 용길도 돈 벌어서 고향 제주로 돌아가려 했는데 4.3 때 온 집안이 몰살을 당했고 곧 이어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돌아갈 고향을 잃어버렸다. 큰딸과 둘째딸은 용길의 전처 자..

세줄 映 2020.03.22

내 마음 기우는 곳 - 박경희

내 마음 기우는 곳 - 박경희 안녕리에 가보면 맥없이 솟아 있는 기둥이 여러개 모두 이별한 것이다 만남도 헤어짐도 안녕리에서는 뽀얗게 먼지 뒤집어쓰고 쓸쓸히 엉덩이를 기다리는 툇마루이다 무거운 발걸음 속 달라붙는 그림자 깨진 기왓장이 끌어안고 있는 빛 잃은 알전구와 덩그러니 빈집 마당을 지키는 구멍 환한 항아리 버석거리는 나무 기둥이 나이테를 놓은 곳이다 때론, 사선으로 잘려나간 대나무 끝에 가슴을 다치기도 한다 내 마음 한 자리 빗금으로 내려앉아 우는 사내 대숲이 일렁이는 곳에서 바람 부는 쪽으로 내 마음 기우는 것도 짧은 대나무 마디로 살다 간 사내의 빈 곳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시 안녕리에 가보면 처마 끝 밑구멍 환한 목어가 바람가는 곳으로 몸통을 두드리고 있다 뽀얗게 먼지 뒤집어쓰고 쓸쓸히 ..

한줄 詩 2020.03.21

음식 경제사 - 권은중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인간에게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야 말해 뭐할까. 존재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음식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세계사 공부가 된다. 내가 오랜 외국 생활을 한 탓에 음식에 대한 생각이 각별해서 더욱 몰입감 있게 읽었다. 이런 책을 접할 때면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을 쓴 권은중은 누구일까. 날개에 자세하게 실린 약력에다 조금 더 보태면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이다. 50대에 접어 들어 기자 생활을 그만 두고 이탈리아 요리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기자 출신이어서일까. 문장이 아주 단촐하면서 명료하다. 쌀, 밀, 옥수수, 보리, 인류의 생명을 유지해준 4대 곡식의 유래는 대충 알고 있었으나 이 책에서 더욱 확실해졌다. 지금이야 남아 도는 식량이지만 쌀이야 말로 얼마나 귀중한..

네줄 冊 202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