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배꽃 같은 육단서랍장 - 사윤수 한 가정사를 다 보고 들은 참고인이겠다 서른두 살 된 첫아이와 동갑이고 열네 번 이사에 가구 고참으로 남았다 보르네오 섬 어느 나무 가문의 혈족이었을까 허술한 살림 중에 제일 인물 좋던 육단서랍장 안쪽은 배꽃같이 흰데, 둘째 칸 손잡이가 떨어지고 모퉁이도 벗겨져 그 명이 조금씩 기울었다 언제부터 그것은 뒷방 늙은이가 되었다 때가 되면 곧 내다 버리리라 오뉴월 이삿날 퇴출 일 순위 육단서랍장 (서랍장을 타이핑하려는데 '서럽장'으로 찍혀 고쳐 찍다)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고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현명한 결정의 대가처럼 내가 떠들자 이사 인부들이 서랍장을 가져가겠다고 한다 나는 서랍장과 마주치지 않으려 눈을 피했는데 마음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아직 한 발자국도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