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기억 - 허림 음력은 생일이나 제사를 기억하거나 설이나 추석을 조바심 나게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나는 자꾸만 잊어버려 가끔 어둔 밤 달을 찾는다 달 속 엄마는 쇠락하였구나 소핵교 이학년이 학력의 전부인 엄마가 오늘이 음력 며칠이냐 묻는다 나는 달력의 일진과 음력 며칠이라고 달처럼 귀먹은 엄마한테 큰 소리로 천천히 들려준다 그래 그렇게 됐구나 달이 반달쯤 됐을 거다 이맘때지 달 속 엄마는 여직 앞치마 하고 방아 찧는다 끝날 거 같지 않던 날도 죽으니 다 가더라 더디 가더라도 가는 게 날이라고 달처럼 세상의 모든 날이 기억하는 엄마의 날들을 내가 묻는다 오늘이 음력 며칠이냐 혼자 묻고 밖으로 나가 하늘의 달을 본다 그래 오늘이 음력 초닷새쯤 됐겠다 모래쯤 술밥을 쪄야겠구나 *시집/ 엄마 냄새/ 달아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