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 김일태
살아서 잠시 꽃이 되었다가
흔적 없이 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피운 대로 스스로 죄다 누리고 간 이들입니다
세상에는 죽어서야 오래도록
꽃이 되는 이들도 있습니다
피우지도 누리지도 못하고 간 이들입니다
칼날 같은 잎으로 의지를 다지며
살아 있는 뭇 것들이 모두 숨어 들어갈 때
죽어 하얗게 자신을 펼치는 풀꽃이 있습니다
겨울 바람 속으로
한 낱 한 낱 홑이름 날려 보내는
그런 풀꽃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이 있습니다
*시집, 어머니의 땅, 동학사
날개 - 김일태
흘러간 유행가
날개를
라디오로 듣습니다
전답 팔아 서울 가서 가수 되려 했던
삼 이웃 근동에서 노래인기 제일 가던
진경이 형
날개 꺾여 돌아와서
기타 치며 부르던 노래입니다
날아라 날아라
눕지 말고 날아라
끝내 히트곡 하나 없이 날개만 퍼덕이던
장가도 못 간 진경이 형
이제는 오십 줄에 들었을 듯싶습니다
날개만 없었더라도
날려 들지 않았을 텐데
기타 치며 목을 뽑아 날개를 노래하던
타조 같던 진경이 형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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