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파랑새 - 김응수 버스에서 내려 얼어붙은 보도를 미끄러지며 내려가면 연탄난로 모글모글 피어오르는 순댓국집 국물을 불며 소주를 나누어 마시면 시상만은 불길처럼 올랐다 포개지듯 드러누운 고만고만한 집들 사이의 약국 옆 주차장에 세 들어 살던 형 셔터를 열면 세상은 그만큼 열렸다 약국아가씨를 좋아하던 형은 아픈 데도 없이 박카스를 사오고 손잡이에 놓인 돌멩이를 치우곤, 간혹 거렁뱅이가 셔터를 올려 놀라곤 했다 여주인은 순댓국 푸기에 바쁜데 주인 남자는 소주를 들이키며 금달래 이야기를 했지 낙성대 입구에 살던 조금 모자라던 처녀 이놈, 저놈이 꼬드켜 아랫도리를 벌리더니만 떼기를 너덧 차례, 오늘은 어미가 못 참겠다며 배꼽수술 해버리고 왔다고 하는구만 소주 한잔을 마시고 교차로 쪽 둔덕을 미끄러지며 기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