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모자 속의 마르크스 - 주창윤 내 설운 잠이 가끔씩 이유 없이 들러서 잠드는 마르크스 묘지원으로 귀 닳고 눈 다친 안개만이 자욱하다 그대 또한 엷은 잠에서 자주 깨어나 역사의 진흙 구덩이 속을 헤매기도 하겠지. 아침 호텔 종업원에게 하이게이트 묘지원 가는 길을 물었을 때 "거기 가겠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저도 못 가보았는데 찾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요." 종업원의 말처럼, 몇 번이고 길을 물을 때마다 사람들은 각각 다른 방향을 알려줘서 나 역시 이 언덕 저 언덕을 헤매기도 했지. 돌이켜보면 역사는 우리가 세들어 사는 것. 역사가 그대의 평가처럼 이성의 몫이라면 그 얼마나 따분한 일이겠나 역사는 그대의 묘지원 가는 길처럼 사잇길로만 비껴간다 그러나 우리는 세들어 살면서 주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