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좌표의 소멸 - 김익진

마루안 2018. 1. 25. 19:15

 

 

좌표의 소멸 - 김익진


중심은 모든 곳에 있으나
경계는 어느 곳에도 없다
신은 어디에나 있으나,
알아볼 수가 없다

길 위에서 좌표를 잃었다

몸은 나그네의 관성좌표
시간은 신에게 가는 지름길,
병은 세상 밖으로 가는 차표이다
좌표의 소멸은 소원을 이루는 것,
자유를 찾아 나서는 길이다

우주 바다엔 파도가 없다
얼어야 만나는 강의 기다림도 없다
발을 들어 하늘을 유인하고,
구기는 시빗거리도 없다
소멸은 평화를 이루는 것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신과의 만남이고
영혼의 자유를 얻는 것이다

 

 

*시집/ 기하학적 고독/ 문학의전당

 

 

 

 

 

 

태양이 설정한 대로 - 김익진

 

 

태양이 설정한 대로 시간을 기록하며

지나간 인내심에 자부심을 갖는다

현재에 머물 기회가 다시는 없으니

차가웠던 마음은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장미로 만든 옷을 입고

선택했던 삶의 흉터를 지울 때,

독침에 중독되었던 몽롱한 삶은

고통의 목표를 이루었다

이제 주변을 하얀 눈으로 덮어버리고

순교자가 될 시간이다

 

우주의 한복판에서 물어본다

우린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누가 은하계의 시스템을 운전하는가?

어둠의 빈 공간에서 감마선을 따라,

별처럼 빛나던 당신의 눈을 기억하며

부드럽게 코스모스의 중심으로 날아간다

은하보다 넓은 천상의 미소를 찾아,

곧 솟아오르는 둥근 지구를 굴리며

태양이 설정한 대로 날아간다

 

시간의 기록은 태양의 몫이고,

지구의 눈물은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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