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겨울, 암자 가던 길 - 남덕현

마루안 2018. 1. 24. 20:54

 

 

겨울, 암자 가던 길 - 남덕현

 

 

달빛은 밝아도 온기가 없어

환한 눈길 위 비석 그림자

서늘한 이정표

여기가 중간 어디쯤이랴

개 짖는 소리 밑에서 올라오고

새벽 향내음 아래로 내려간다

산밭 무 뽑은 자리

어둠이 움푹 더 짙다

뭉클하여라

운명이 사물처럼 보이는 밤

 

 

*시집/ 유랑/ 노마드북스

 

 

 

 

 

 

유랑 - 남덕현

 

 

어둠 속으로 길이 길을 접으면

 

외길에서도 나는

 

길을 잃어

 

힘없는 별빛이나 기다렸다가

 

무릎이 쓸쓸히 다 울 때까지

 

마저 떠돌아야지

 

 

 

 

# 남덕현은 1966년 대전 출생으로 대전 보문고 및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산문집 <충청도의 힘>, <슬픔을 권함>이 있고 <유랑>이 첫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