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선창, 만석부두 - 고철

마루안 2018. 3. 6. 19:16



선창, 만석부두 - 고철



떠나고 또 떠나도 소용없다
찔레순 같은 첫 사랑도
아흔 넘은 아련함도 아니련만
천석 만석 길을 묻다
여기를 왔다


경계도 사랑도 분열 또한 잊은지 오래
지금은 한 시요 자정이오


말하지 말자
북동풍 서남풍의 그 행간에 대해
기억에 대해
역사에 대해
지금은 둘 다 없이 더는 말하지 말자


공출나간 누이며 애비여
육해공 탄피 같은 세계여 강성대국이여
만장 만선 그 길에 누가되나니
고구려 삼팔선 발해벌이여
그러니 지금은 말하지 말자


해남땅 지주여 나까무라 고등계 형사여
스탈린이여 뭇솔린이여
마마마오쩌뚱이려 아이젠하워여
이 산하산천 정처도 없기를
도륙낼 이끼마져
허리띠 조여 멜 힘마저 없거늘
지금은 말하지 말자


눈을 뜨고도 만져지지 않던 타다만 저녁
나는 겨우 불타는 시늉으로 여기를 왔다
한 철 서설이 지나간 듯
개볍고도 가벼운 너의 전 생애를 그렇디 이별 하나니
만선만신 대 한국이여
그러니 지금은 말하지 말자
찝적대지 말자



*고철 시집, 핏줄, 다인아트








송림동 小史 - 고철



이제 오지 않는 양력 사월
남해 일부 도서섬을 제외한 춘춘우우 기상예측도
곡우라는 절기와 함께 마흔 네 해씩이나
튕그러져 돌아선 갔다
좋았던 흙의 이름들
구정물진 고향의 텅 빈 우물 속처럼
유서 깊은 타관의 생활도
밤의 공기가 이슥토록 가물어 했다
나의 하루는
부항든 감기처럼 핏대만 세우다
오래 앓기로 작정한 그렁그렁한 과부된 여인처럼
내일모레글피를 훨씬 넘어서까지 나는 아파했다
어찌 보면 나는 유창한 것이 혼자 사랑만을 하다가
지금에서 막 일어나
해가 뜨면 살이 찔 것 같은
한 움큼의
연초록 꽃지짐이나 실컷 먹고 싶었다
그러면 비 뿌리고 지나 간
그 흙 길 위로
절룩이며 걸어오는 포대기 업은
아낙 하나를 만날 수 있었다
참, 이상한 여자의 약력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