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몸을 마중 나온 꽃가루같이 - 박승민

몸을 마중 나온 꽃가루같이 - 박승민 일주일을 못 넘긴 이 꽃가루는 몸을 마중 나온 뼛가루 같다. 내부를 열람하기 위해 외부를 밀봉하듯 땅의 관 속에 마음을 밀어 넣고 더 축축해져야 한다. 덜 썩으면 악취가 나지만 완전히 썩으면 향기가 되기도 한다더군.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탄식을 뿌리로 누를 줄 아는 탄력을 나는 삶의 기술이라고 부른다. 몸이 더 먼 오지로 하방(下放)해서 한 살림 차릴 때 뛰쳐나가려는 마음과 눌러 삭히려는 몸이 땅 위로 들썩할 때 그때 혹시 단단하게 심어둔 어둠뭉치에서 자기 신음이 갈래갈래 터져 꽃으로 피는지도 몰라 그뿐 꽃잎이 한 일주일 유랑하다 쓸쓸해진다. 어깨에 비수어진 뼛가루를 털며 가족사진 한 장씩 박고 모두들 이 세상 프레임 밖으로 각자 헤어진다. *시집, 슬픔을 말리다..

한줄 詩 2018.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