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나의 정체 - 조기조

나의 정체 - 조기조 나보다 나은 듯한 사람을 만나면 까닭 없이 예, 예 조아리며 굽실거려야 한다는 생각이 내 염색체의 어느 부분에 기록되어 있는 모양이다 어느 옛 시절부터 내 할아버지가 매를 맞으며 배운 이치일 게다 또 나보다 못한 듯한 사람을 업신여기는 사람을 만나면 곧 죽어도 참지 못하는 불뚝성 같은 것이 내 염색체의 어느 부분에 물들어 있는 모양이다 그것 역시 어느 옛 시절의 내 할아버지가 매를 맞다 맞다 깨달은 옷자락 핏물 같은 것일 게다 그런 두 가지 것을 생각하자니 참 더러운 세상에서의 인간말종형이 바로 나의 정체라는 걸 알겠다 이제 인간 복제도 마음먹기 달렸다 한다 어느 훗날에 내 족속 가운데 그런 시도가 필요하다면 나보다 못한 듯해도 배알이 뒤틀려도 친절히 했던 것과 모자라는 밥을 나눠 ..

한줄 詩 2018.05.02

그후, 10년쯤 지났을까 - 김태완

그후, 10년쯤 지났을까 - 김태완 그후, 10년쯤 지났을까 옛 사랑을 만났습니다 이미 흘러간 세월을 잊고 사랑하던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했을 때 실망한다고, 소중한 기억이 지워진다고 누군가 말렸습니다 그래도 그리워 만났습니다 시간이 멈추고 흐르던 모든 것이 정지합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앞에서 웃고 있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언제든 다시 만나자고 합니다 세월이 흐른 뒤 한 10년 후에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벼운 인사로 헤어졌습니다 옛 사랑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따뜻합니다 가볍게 손을 흔들 때 멈추었던 시간과 세월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시집, 추억 속의 겨울은 춥지 않다, 오늘의문학사 비익조(比翼鳥) - 김태완 홀로는 날 수 없어 기다림부터 배워 눈물 많은 새 한쪽 날개로는 날개라 부를 수 없는 그리하여 새라 부를..

한줄 詩 201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