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그후, 10년쯤 지났을까 - 김태완

마루안 2018. 4. 30. 21:15

 

 

그후, 10년쯤 지났을까 - 김태완

 

 

그후, 10년쯤 지났을까

옛 사랑을 만났습니다

이미 흘러간 세월을 잊고

사랑하던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했을 때

실망한다고, 소중한 기억이 지워진다고

누군가 말렸습니다

그래도 그리워 만났습니다

시간이 멈추고

흐르던 모든 것이 정지합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앞에서 웃고 있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언제든 다시 만나자고 합니다

세월이 흐른 뒤

한 10년 후에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벼운 인사로 헤어졌습니다

옛 사랑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따뜻합니다

가볍게 손을 흔들 때

멈추었던 시간과 세월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시집, 추억 속의 겨울은 춥지 않다, 오늘의문학사

 

 

 

 

 

 

비익조(比翼鳥) - 김태완

 

 

홀로는 날 수 없어

기다림부터 배워

눈물 많은 새

한쪽 날개로는 날개라 부를 수 없는

그리하여 새라 부를 수 없는

불안한 몸짓으로 살다가

또 다른 한쪽 날개를 만나야

새가 되는 새

온전한 하나이기에 부등껴 안고

놓지 않아야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새

헤어짐이 헤어짐인 줄 모르는 우리에게

끝끝내 전설일 수밖에 없는

연리지(連理枝) 숲 그 아득한 곳에서

아직도 보이지 않는 가슴 속의 새

전설의 새

비익조를 아시나요

 

 

 

 

# 김태완 시인은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신탄진에서 성장했다. 2000년 계간 <오늘의문학>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추억 속의 겨울은 춥지 않다>, <마른 풀잎의 뚝심>, <왼쪽 사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