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10년쯤 지났을까 - 김태완
그후, 10년쯤 지났을까
옛 사랑을 만났습니다
이미 흘러간 세월을 잊고
사랑하던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했을 때
실망한다고, 소중한 기억이 지워진다고
누군가 말렸습니다
그래도 그리워 만났습니다
시간이 멈추고
흐르던 모든 것이 정지합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앞에서 웃고 있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언제든 다시 만나자고 합니다
세월이 흐른 뒤
한 10년 후에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벼운 인사로 헤어졌습니다
옛 사랑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따뜻합니다
가볍게 손을 흔들 때
멈추었던 시간과 세월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시집, 추억 속의 겨울은 춥지 않다, 오늘의문학사
비익조(比翼鳥) - 김태완
홀로는 날 수 없어
기다림부터 배워
눈물 많은 새
한쪽 날개로는 날개라 부를 수 없는
그리하여 새라 부를 수 없는
불안한 몸짓으로 살다가
또 다른 한쪽 날개를 만나야
새가 되는 새
온전한 하나이기에 부등껴 안고
놓지 않아야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새
헤어짐이 헤어짐인 줄 모르는 우리에게
끝끝내 전설일 수밖에 없는
연리지(連理枝) 숲 그 아득한 곳에서
아직도 보이지 않는 가슴 속의 새
전설의 새
비익조를 아시나요
# 김태완 시인은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신탄진에서 성장했다. 2000년 계간 <오늘의문학>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추억 속의 겨울은 춥지 않다>, <마른 풀잎의 뚝심>, <왼쪽 사람> 등이 있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숭아나무 아래서의 한낮 - 박이화 (0) | 2018.05.01 |
---|---|
쓰임에 대하여 - 김명기 (0) | 2018.05.01 |
사과꽃 향내에 길은 아득하고 - 임후남 (0) | 2018.04.30 |
낙화 - 김정수 (0) | 2018.04.30 |
꽃나무 아래서의 약속 - 이기철 (0) | 2018.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