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사막 건너기 - 신경림

사막 건너기 - 신경림 -몽골에서 황량한 초원을 조랑말을 타고 건너자 허리에는 말린 말고기 한줌 차고. 톈산(天山)을 넘어 눈보라 속을 내달렸을 날렵한 몽골 기병처럼. 유목민 게르에 들어 몇밤 지새다보면 너무 지쳐 돌아올 길 아예 잃어버릴는지도 모르지. 누우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내 온몸을 따뜻이 감싸주는 수많은 별이 있고. 이방인의 문전을 조랑말을 앞세우고 기웃대다보면 어쩌면 이 세상이 다시 그리워도 지겠지. 도시의 매연과 소음까지 어른어른 꿈결 속에 보면서, 내 못나고 천박한 짓이 전생의 일처럼 아득해지면서. 어깨에는 물병 하나 삐딱하게 메고 바람 부는 초원을 조랑말에 업혀 건너자. *시집, 낙타, 창비 낙타 -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 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

한줄 詩 2018.05.10

가을나무처럼 우리가 - 이강산

가을나무처럼 우리가 - 이강산 ​ 잎 떨구는 나무를 보고 가을엔 생각했다 저것도 다 제 삶의 방식대로 핏줄 끊는구나 한 겹씩 살점 늘어가는 봄을 겪어왔으므로 미련 없이 허물 벗는구나 썩은 배추밭에서 신도시로 폐광촌으로 길을 옮기며 생각했다 우리 생존의 희망이 한고비를 넘길 때마다 슬픔도 뚝살을 더해가는구나 일정한 흐름이 있다고 생각했다 허물 벗고 봄 기다리는 가을나무처럼 모자라거나 넘치는 만큼 우리가 이룰 일들이 제때를 기다린다 여겼다 싸움도 사랑도 잠시 쉬는 듯한 새벽 거리에 서서 사람들의 가을이 되고 봄이 되어줄 아침을 기다리며 *시집,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 실천문학사 꽃불 - 이강산 가을이라 꽃핀다고 한 송이 활짝 피어서야 꽃이겠는가 이제 막 벙그는 꽃대궁들이 바람에 흔들리다 낮은 키 못난 대로 ..

한줄 詩 2018.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