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영안실 - 김익진

마루안 2018. 6. 16. 22:09

 

 

영안실 - 김익진

 

 

겨우 삼일만 머물다 간 그 방에도

문이 있었다

 

삼일만 머물다 가야지

철문 굳게 닫고 세상과 단절한 채

입을 꼭 다물었다

 

세상 것들 모두 가슴에 담은 채

합장으로 누워있었다

 

그 짧은 동안에도

우리는 문 밖에서만 머물렀고

그는 철문 안에서 구차한 입을 다물었다

 

겨우 삼일만 머물다 갈 텐데

옷깃을 여민 채 언 몸으로 찬 입술을 정리했다

 

말하지 않아 세상에 있었던 일들이

굳게 닫혀졌다

 

삼일만 머물다 간 그 방에도 철문이 있었다

 

 

*시집, 회전하는 직선, 조선문학사

 

 

 

 

 

 

죽음 - 김익진

 

 

늘 곁에 있었지만

보질 않았고

 

늘 속삭였지만

듣질 않았다

 

가깝게 다가왔을 땐

느끼질 못했고

 

가자 할 땐

딴청을 했다

 

기어이 가자 할 땐

거절할 수 없었다

 

 

 

 

 

*책머리에

 

회전하며 직선으로

 

꽃 피고 꽃 지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아니겠지 하고

번개치고 천둥치는 것을 보고도

짦은 삶 모른다

 

비 오고 그침을 보며

세월 가는 줄 모르고

해 뜨고 해 지는 하루가

같은 날인 줄 안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

회전하며 직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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