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실 - 김익진
겨우 삼일만 머물다 간 그 방에도
문이 있었다
삼일만 머물다 가야지
철문 굳게 닫고 세상과 단절한 채
입을 꼭 다물었다
세상 것들 모두 가슴에 담은 채
합장으로 누워있었다
그 짧은 동안에도
우리는 문 밖에서만 머물렀고
그는 철문 안에서 구차한 입을 다물었다
겨우 삼일만 머물다 갈 텐데
옷깃을 여민 채 언 몸으로 찬 입술을 정리했다
말하지 않아 세상에 있었던 일들이
굳게 닫혀졌다
삼일만 머물다 간 그 방에도 철문이 있었다
*시집, 회전하는 직선, 조선문학사
죽음 - 김익진
늘 곁에 있었지만
보질 않았고
늘 속삭였지만
듣질 않았다
가깝게 다가왔을 땐
느끼질 못했고
가자 할 땐
딴청을 했다
기어이 가자 할 땐
거절할 수 없었다
*책머리에
회전하며 직선으로
꽃 피고 꽃 지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아니겠지 하고
번개치고 천둥치는 것을 보고도
짦은 삶 모른다
비 오고 그침을 보며
세월 가는 줄 모르고
해 뜨고 해 지는 하루가
같은 날인 줄 안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
회전하며 직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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