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란 - 김익진
이별이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백억 광년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고
우주에서 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 사랑이 화석화 되는 것이고
온 지구가 쓸쓸해지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로 떠나는 또 다른 여행이고
만류인력의 고독이다
무에서 또 다른 존재를 찾는 수행길이고
철학자의 길이다
나를 만져 봐도 외로운 것이고
음식을 먹다가도 웃고 우는 것이다
노래를 듣다 읊조리는 것이며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을 꼭 쥐고 자는 것이다
이별이란
미래를 닫아버리는 창문이다
깨지면 날카로운 날을 세우지만
그 상처가 그리운 것이다
*시집, 회전하는 직선, 조선문학사
세상 밖으로 - 김익진
그는 새벽에 집을 나섰다
며칠간 여기저기 떠돌다
바닷가에서 고향친구도 만났다
그들은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
며칠 뒤 그는
동해가 보이는 산에 올라 소주를 마신 후
세 장의 명함 위에 마음을 남겼다
친구들에게
아내에게
형에게
소나무에 몸을 맡긴 채
작은 새 되어 날아갔다
# 김익진 시인은 경기도 가평 출생으로 독일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2007년 <월간 조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회전하는 직선>, <중력의 상실>, <기하학적 고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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