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솔직한 식품 - 이한승

아주 유용한 책 하나를 만났다. 은 매일 먹는 식품에 관한 잘못된 상식을 지적해 주는 책이다. 일방적인 강요도 없다. 자신이 연구한 분야에 대한 애정과 좀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저자의 열정이 느껴진다. 마치 시장통 약장수처럼 책을 팔기 위한 장삿속으로 쓴 책이 많은데 이런 책이라면 많이 팔려서 독자는 올바른 정보를 얻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는가. 함량 미달의 책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렇게 속이 알찬 책은 소중한 자산이다. 저자는 많이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후학과 연구를 하는 교수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아주 쉽게 저술한 역작을 남겼다. 큰 소리 내지 않고 조근조근 써내려간 식품 상식을 읽으며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몸에 좋다 알고 있던 식품 상식을 정..

네줄 冊 2018.02.24

시로 읽는 경제 이야기 - 임병걸

시와 경제는 멀리 떨어져 있다. 시인들이 시만 써서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 이것을 증명한다. 시를 가까이 하면 가난하다. 부정하고 싶지만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시를 돈으로만 연결시키면 인생이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인생에서 돈이 중요하고 그 바탕엔 경제적 튼튼함이 요구되지만 돈이 안되는 일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한다. 각종 취미 생활이 삶을 풍성하게 하듯 시 읽기도 마찬가지다. 이 책도 그런 면에서 시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인 임병걸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KBS 기자가 된다. 보도본부 경제부장와 앵커를 거쳐 지금도 KBS에 몸 담고 있다. 그는 관심 분야 만큼이나 다방면에 식견을 가지고 있다. 경제, 문학, 역사, 예술 등 폭넓은 지식으로 전형적인 교양인이다. 이 책을..

네줄 冊 2018.02.19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 주영헌 시집

인연이 닿는 책은 언젠가는 내 그물망에 걸려 손에 잡힌다. 오래전에 기억했다가 발견한 책도 있고 이미 있었으나 내가 모르던 것이 나중 발견된 책도 있다. 이 시집은 이미 존재했으나 우연히 내게 발견되어 인연이 닿은 책이다. 중년에 접어 들면서 노안이 와서 눈이 쉽게 피로하고 집중력도 떨어짐을 느낀다. 아무리 외면하고 아닌 척 해도 조금씩 오줌발이 약해지는 것처럼 팔팔했던 시절의 싱싱한 눈이 발휘했던 독서력은 점점 떨어진다. 궁상스런 이런 말을 늘어 놓는 것은 읽어야 할 책은 늘어나는데 읽은 책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고를 때 더욱 까다롭게 고른다. 아무 책이나 집어 재밌게 읽는다면 무슨 문제랴. 시간도 없는데 시력이 금방 피로감을 느끼니 이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활자 중독증에..

네줄 冊 2018.02.17

식탁 위의 세상 - 켈시 티머먼

그 누구도 자기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직접 생산한 식품으로 식생활을 완전 해결하기 불가능한 세상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저자 켈시 티머맨은 이 문제를 깊게 파고들었다. 전작인 가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어디서, 누가 만들어 내가 입게 되는 여정을 파헤친 역작이었다면 이 책은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누가 만들어 내 입까지 들어오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현대인의 가장 큰 기호식품인 커피를 시작으로 초콜릿, 바나나, 바닷가재, 사과주스의 생산과 유통 과정의 여정을 세계 각지 현지에 직접 가서 몸으로 체험한 과정이라 하겠다. 그래서 국가도 가지가지다. 커피는 콜롬비아. 초콜릿은 서아프리카. 바나나는 중미 코스타리카, 바닷가재는 니카라과, 그리고 ..

네줄 冊 2018.02.13

하루 여행 - 이한규

올해의 계획이 짧은 여행을 자주 가는 거였다. 작년 말에 결심하고 여행서 코너를 뒤지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와 단번에 들고 왔다. 맛집이든 여행지든 인터넷을 뒤지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시콜콜한 정보가 넘쳐나지만 무조건 믿지 않는다. 가장 믿을 만한 것은 스스로 찾아가 경험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여행지를 다 돌아볼 수는 없는 것, 어쩔 수 없이 여행 안내서를 참고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아주 유용하다. 어디를 갈까 망설임이 생길 때 참고하면 좋을 책이다. 내 여행의 특색은 몇 가지가 있다. 유명한 곳이 아닐 것,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일 것,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최소 하루 두 번은 버스가 있어야 한다. 왜 돌아와야 하니까.^^ 언젠가 경상도 어느 산을 갔다가 하산을 반대편..

네줄 冊 2018.02.10

세상을 바꾸는 언어 - 양정철

나오자 마자 바로 사서 읽은 책이다. 타고난 천성이 게을러 대부분의 신간을 몇 달 지나서야 읽는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읽으려고 찜해둔 책들이 워낙 많이 밀린데다 책만 붙잡고 있을 수 없는 일상 때문이다. 독서는 읽은 이유보다 못 읽은 이유가 더 절실한 법, 그것은 나에게도 어김없이 해당된다. 양정철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다. 노무현 때부터 측근으로 일을 했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문재인 비서실장과 김경수 비서관 정도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어쨌거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사무친 관심 때문에 이 책이 나오자 바로 책방으로 달려갔다. 동네 책방이어선가 내가 읽은 책은 4쇄다. 1주일 만에 4쇄라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모양이다. 베스트셀러를 멀리하는 나의 취향이 이 책은 ..

네줄 冊 2018.02.07

마부 - 정원도 시집

시집을 읽으면서 한 시대의 흐름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드물다. 자전적인 이 시집을 읽으면서 마치 소설처럼 느꼈다. 앞 부분 몇 편을 읽다 왜 시집 제목이 마부인지를 알고부터 더욱 흥미로웠다. 시로 읽는 자서전이라 해도 되겠다. 정원도 시인은 올해 한국 나이로 60세, 맨 뒷편에 실린 시인의 산문을 읽고 시인의 생애를 알았다. 다시 찬찬히 첫장부터 시를 읽었다. 무슨 심오한 내용이나 무릎을 칠 만한 기막힌 문장은 없으나 술술 읽히는 시가 반복해서 읽어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책상에 앉아 온갖 공상과 문학 이론을 끌어다가 뜬구름 잡는 시를 쓰는 시인들과는 달랐다. 노동이 뭔지도 모르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인생을 논하는 시를 빨아주는 평론가들도 뜬구름을 잡기는 매한가지다. 대체 누구을 위한 시며 평론..

네줄 冊 2018.02.04

과로 노인 -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와 같이 읽은 책이다. 둘 중에 어떤 것으로 감상문을 쓸까 하다 으로 결정했다. 저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책일수록 저자가 참 중요한데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는 1982년 생으로 일본의 젊은 사회운동가다. 실제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활동하며 노인들이 처한 현실을 세밀하게 고발하고 있다. 하류 노인에서 지적했던 염려가 과로 노인까지 이어진다.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좋은 책이다. 늙음과 빈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떤 경제 이론도 이 사태를 해결 해주지 못한다. 운좋게 부동산이라도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임대 수입이 따박따박 나오는 경우라면 모를까 많은 사람들이 늙음과 빈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일할 수 있을까? 퇴직 후에는 어떤 삶을 살게 될..

네줄 冊 2018.02.04

비슷비슷하게 길을 잃다 - 김광수 시집

요즘 이 사람 시에 빠져 틈 날 때마다 펼쳐보고 있다. 잡지 문학과경계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낸 시집인데 이름에서 보듯 중심이 아닌 변방에 있는 시인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다.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유명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시집도 재판을 찍는 경우가 드문 편인데 무명 출판사는 오죽할까. 출판사든 시인이든 돈 벌 생각보다 시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없으면 이런 시집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없다. 처음의 열정과는 달리 몇 권 내다가 얼마 못가 발행을 멈춘 출판사가 얼마나 많던가. 내 천성이 변방에 있어야 마음이 더 편한 아웃사이더라 이런 시집에 눈길이 가는 편이다. 는 김광수 시인의 첫 시집이다. 마흔이 다 된 2002년에 등단했으니 등단 15년 만에 첫 시집이 나왔다. 그래서 최근에 쓴 시보다 오래된..

네줄 冊 2018.01.31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 - 심봉석

다소 민망한 제목과는 달리 현직 비뇨기과 의사의 유용한 의학 상식이 알차게 실렸다. 치질 등 항문 질환과 함께 생식기와 연관된 비뇨기 질환은 드러내 놓고 말하기 민망한 부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항문 질환과 비뇨기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고 있다. 50대 들어 건강에 관한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전에는 되레 건강 챙기는 사람을 비웃었다. 얼마나 천년 만년 살려고 저럴까 속으로 비웃었다. 워낙 건강 체질이기는 했어도 세월은 속일 수 없는지 몸에 조금씩 잔고장이 생기면서 이런 책도 손에 잡게 된다. 작년 들어선가. 언젠가 오줌발이 약해진 걸 느낀다. 비아그라 먹을 정도는 아니고 발기력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밤에 자다 일어나 화장실을 가게 된다. 전에는 없던 일이다.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

네줄 冊 201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