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내 안에 타오르던 그대의 한 생애 - 이용호 시집

우연히 손에 잡힌 시집이 깊은 울림을 줬다. 근래에 이렇게 집중해서 읽은 시집이 있었던가 싶게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이용호 시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어쩌면 무명시인이라 해도 되겠다. 시인의 시도 이 시집에서 처음 읽었다. 약력을 보면 라는 시집을 냈다고 한다. 어차피 한국 문학계에서 시인은 무지 많다. 그러니 시집을 냈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묻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시집을 만난 건 행운이다. 발견했다고 해야 맞겠다. 보통 한 권의 시집에 60여 편의 시가 실린다. 그러나 그런 시집을 전부 읽고도 이 블로그에 올리기 위한 두 편을 고르기가 힘든 시집이 부지기수다. 무조건 아무 시나 올리지 않고 까따롭게 고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움직인 시가 없으니 어쩔 것인가. 에는..

네줄 冊 2017.11.25

당신에게, 몽골 - 이시백, 이한구

소설가 이시백의 몽골 여행기다. 그의 걸죽한 소설은 직설적이고 까칠하다. 그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푹 빠져들고 마는 묘한 매력이 있다. 요즘 몽골 여행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단연 이 책이 압권이다. 여행서 읽고 감상 쓰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을 읽고 나자 저절로 뱀꼬리를 붙이게 된다. 여행서는 어디 가면 뭐가 좋고 뭐는 꼭 봐야하고 어떤 음식이 먹을 만하다는 안내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먼저 가본 사람이 나중에 갈 사람을 위한 안내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세세하고 친절한 안내 대신 몽골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단숨에 들게 만든다. 이거야 말로 가장 좋은 여행안내서 아니겠는가. 언제부터 몽골 여행이 유행을 한 탓에 몽골에 관한 여행책이 꽤 된다. 한때 인도와 티벳에 관한 여행서가 인기를 끌더니 요..

네줄 冊 2017.11.22

만약은 없다 - 남궁인

나는 의사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나쁜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의사 만날 일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의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이런 의사라면 무엇이든 털어 놔도 되겠다 싶었다. 대부분의 의사가 기능적인 면만 수련하기 때문인지 높은 학식에도 불구하고 돈독이 올라 무식하다. 반면 이 사람은 글을 아주 잘 쓴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아니 환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직업으로 대하는 환자가 대부분이겠지만 글이나 생각에서 그 사람의 본성을 엿볼 수 있다. 요즘엔 의사도 편하고 돈 잘 버는 쪽으로만 편향이 심해지고 있다.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은 인기가 많아 지원자가 넘처나는데 흉부외과 등 위급환자..

네줄 冊 2017.11.16

여기 아닌 곳 - 조항록 시집

눈 여겨 보던 시집을 드디어 꼼꼼하게 읽었다. 조항록 시인이 새 시집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제야 읽게 된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인연이 닿아야 하는 법, 책도 인연이 닿지 않으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가령 10년 전부터 읽겠다고 메모를 해두고 못 읽은 책들이 있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 우연히 노트에 적힌 메모를 읽거나 어딘가에 표시해 둔 책명이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그래놓고도 또다시 순서가 밀려 여태 못 읽은 책이 부지기수다. 조항록 시인은 많이 알려진 시인은 아니다. 그래서 시집을 누가 추천을 해준 것도 아니고 순전히 시를 읽다가 내가 발견한 시인이다. 이미 3권의 시집을 냈으니 이제 중견 시인이라 해도 되겠다. 부터 까지 마음을 움직이는 시들이 참 많다. 첫 시집인 지..

네줄 冊 2017.11.13

인간 존재의 의미 - 에드워드 윌슨

미국의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인문학이 흥미롭다. 금세기 최대의 지성이라는 말이 걸맞게 개미박사이면서 삶의 토대인 인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펼치고 있다. 대체 과학자인 사람이 언제 이런 생각을 길렀던 것일까. 가상의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 인류로부터 배울 만한 것이 인문학이라는 말에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윌슨이 외계인에게도 자랑할 정도로 가치있다고 여길 만한 유일한 학문이 인문학이라면 외계인이 인정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읽을 일이다.

네줄 冊 2017.11.11

초개일기 - 김영태

지난 여름 전시회 갔을 때 알게 된 책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었다. 아니 다 읽은 것은 지난 달이지만 지금에야 흔적을 남긴다는 게 맞겠다. 그만큼 단숨에 읽지를 않고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지난 7월 류가헌에서 김영태 시인의 10주기 전시가 열릴 수 있게 한 이재준 선생에 의하면 시인의 책을 읽을 때면 침향을 사르고 마음을 정화한 뒤 읽었다고 한다. 이재준 선생은 음악인이자 미술품 수집가로 60여 권에 이르는 초개 선생의 모든 책을 수집했다고 한다. 김영태 시인의 마지막 5년을 동행한 사이에다 초개 선생에 대한 경외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고 그저 잊혀진 시인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인은 10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글은 남아 이렇게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것이 ..

네줄 冊 2017.11.03

틈만 나면 살고 싶다 - 김경주 르포 에세이

김경주 시인의 단촐한 산문집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가 오랜 기간 사람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세상 사는 이야기다. 내가 르포 에세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철학을 전공한 시인은 본업인 시를 비롯해 다방면에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예술가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시인이 되었지만 극작가와 포에트리 슬램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보통 책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사회에서 성공한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내가 이 책에 확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평소에도 결혼식장이나 칠순 잔치 참석보다 장례식장을 챙길려고 하고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에 더 관심이 있다. 는 제목처럼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임시직이거나 비정규직이다. 중국집 배달원, 큰 인형을 뒤집어 쓰고..

네줄 冊 2017.09.11

지연된 정의 - 박상규, 박준영

소설보다 더 재밌고 흥미로운 책이다. 언젠가부터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거짓말 잘 하는 소설가의 그럴듯한 지어내기에 불과한 것에 시간을 쪼개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예전에는 도스토옙스키와 조정래의 소설을 밤늦도록 읽기도 했었다. 읽어야지 하면서 미룬 책들이 너무 많아 소설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다. 죽기살기로 책 읽기에 매달릴 생각도 없지만 멍때리면서 양지뜸에서 햇볕 쪼일 여유 또한 없다. 하루가 너무 짧아 무료할 시간이 없다는 것,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 제목부터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오마이 뉴스 기자였던 박상규와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이 함께 진행한 재심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그들이 진행한 과정도 흥미롭지만 소설가 뺨 칠 정도로 박상규의 찰진 글 솜씨가 인상적이다. 이따금 교수라는..

네줄 冊 2017.07.07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 정성기

아주 평범한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지만 내용은 심각하다. 예순 다섯 할아버지가 아흔 둘 어머니를 위해 차린 밥상 이야기다. 여기까지는 심각하게 들리지 않지만 치매에 걸린 구순 어머니를 칠순을 앞둔 아들이 어머니를 돌보면서 만들었던 음식이야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라는 부제도 참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책 내용은 날로 악화되는 어머니의 치매 증상과 싸우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고통스런 일도 남의 이야기는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 법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인내심에 감탄을 했다. 저자는 책에서 어머니를 징글맘으로 부른다. 싱글맘의 노인 버전이라 할까. 어머니는 다섯 자식을 키웠고 남편을 먼저 떠나 보냈다. 저자 또한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직접 돌보기로 한 것은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임종도 없이 세상을 ..

네줄 冊 2017.06.15

연금의 배신 - 조연행

이 책은 저자가 보험 업계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조연행은 교보생명에서 16년간 근무하면서 수많은 보험 상품을 개발했고 힛트 상품도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은 보험을 절대로 들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살피는데 목적이 있다. 나도 몇 개의 보험을 들었지만 소액을 납부하는 거였다 그러다 얼마전에 1억원 즉시연금 종신형에 가입을 했다. 가입 전에 이 책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 아는 설계사가 없어 본사에 전화해 설계사 한 명을 소개 받았고 지인이 한 사람을 소개했다. 물론 보험사는 다르다. 각자 한 명씩 만나 상담을 받았다. 보험금 수령 예시를 꼼꼼히 적은 프린트물은 비슷했다. 월 수령액 또한 대동소이하다. 둘 다 공손했지만 한 명을 골라야했다. 나는 가입 권유에 덜 적극적인 설계사..

네줄 冊 2017.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