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하루 여행 - 이한규

마루안 2018. 2. 10. 22:41

 

 

 

올해의 계획이 짧은 여행을 자주 가는 거였다. 작년 말에 결심하고 여행서 코너를 뒤지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와 단번에 들고 왔다. 맛집이든 여행지든 인터넷을 뒤지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시콜콜한 정보가 넘쳐나지만 무조건 믿지 않는다.

가장 믿을 만한 것은 스스로 찾아가 경험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여행지를 다 돌아볼 수는 없는 것, 어쩔 수 없이 여행 안내서를 참고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아주 유용하다. 어디를 갈까 망설임이 생길 때 참고하면 좋을 책이다.

내 여행의 특색은 몇 가지가 있다. 유명한 곳이 아닐 것,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일 것,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최소 하루 두 번은 버스가 있어야 한다. 왜 돌아와야 하니까.^^

언젠가 경상도 어느 산을 갔다가 하산을 반대편 한적한 곳으로 잡아 내려오니 아주 작은 마을 하나가 나온다. 버스를 타려고 부근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께 물으니 버스 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한단다. 택시를 부르면 20 분쯤 후에 온다했지만 그냥 걷기로 했다.

할머니가 걱정이 되었는지 따라 오더니 꼭 걷겠다면 큰길이 아닌 빨리 가는 지름길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자기 집에서 할아버지와 옥신각신 하면서 그려준 지름길 약도를 들고 나섰다. 물병도 채우고 할머니가 준 찐옥수수 두 개가 든든했다.

미루나무 위로 흰구름 높게 떠 있고 벼가 여물어 가는 늦여름 시골길을 가로 질러 걷는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거기다 누가 돌보지 않았어도 홀로 피어 한들거리는 길가의 코스모스는 또 어떤가. 오직 걷는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눈물 나게 아름다운 그 풍경을 이 책 읽으면서 줄곧 떠올렸다.

여행은 거창한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떠나는 일은 어렵다. 무조건 저질러 보는 것이 여행이라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얽힌 게 많은 사람에게는 부담스럽다. 설사 대책 없이 일단 저지르고 떠났다 해도 그 여행길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면 고행길이다.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그래서 하루 여행이라는 이 책이 부담 없이 다가왔다. 하루 여행은 대체로 부담이 없다. 시간도 경비도 실행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일정이다. 거기다 옛날 집집마다 자전거 있듯이 자가용 시대에 이 책은 여행지의 대중교통편을 잘 안내하고 있다. 그야말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서너 시간에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짧은 여행지에서부터 한나절 거리와 하룻밤 거리 등 다양한 여행지를 직접 가보고 기록했다. 초판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충한 개정판이다. 여행지의 풍경과 교통편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라서 초코파이 유통기한 만큼이나 짧은 시간에 세상이 변한다.

이 책에 나온 풍경이 오래도록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찾아가기 다소 불편하더라도 마음 속에 담긴 풍경이 훗날 아련히 떠오를 때 그 추억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하루 여행, 훌쩍 떠났다 올 수 있어서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