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시로 읽는 경제 이야기 - 임병걸

마루안 2018. 2. 19. 20:29

 

 

 

시와 경제는 멀리 떨어져 있다. 시인들이 시만 써서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 이것을 증명한다. 시를 가까이 하면 가난하다. 부정하고 싶지만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시를 돈으로만 연결시키면 인생이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인생에서 돈이 중요하고 그 바탕엔 경제적 튼튼함이 요구되지만 돈이 안되는 일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한다. 각종 취미 생활이 삶을 풍성하게 하듯 시 읽기도 마찬가지다. 이 책도 그런 면에서 시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인 임병걸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KBS 기자가 된다. 보도본부 경제부장와 앵커를 거쳐 지금도 KBS에 몸 담고 있다. 그는 관심 분야 만큼이나 다방면에 식견을 가지고 있다. 경제, 문학, 역사, 예술 등 폭넓은 지식으로 전형적인 교양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시에 해박한지를 알 수 있다. 많은 시인들이 다른 시인들의 시에 이런저런 감상과 해석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지만 이불 속에서 혼자 자위하듯 제 잘난 해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친한 시인들 작품 빨아주기다.

이 책은 다양한 경제 분야에 시를 인용해 소개한다. 사라져 가는 서점, 비정규직 감정 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룬 시도 소개를 한다. 특히 라면과 커피, 소주 등 서민의 먹거리를 시와 연결시켜 경제를 소개하는 장은 이 책의 압권이다.

단점이 있다면 경어체 문구다. 이런 문장이 편지이거나 중학생을 위한 시 해설이면 몰라도 책에서는 전달력이 떨어진다. 이런 문체의 이유가 이 책이 저자의 직장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책으로 묶을 때 문장을 손질했으면 이해도가 훨씬 좋았을 것이다.

시와 경제, 이 책을 읽고 나서 멀지만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유명한 시인보다 무명 시인의 시를 많이 인용했다. 비주류 시를 많이 읽는 것이 나와 닮았다. 덕분에 내가 모르는 시인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의 숨어 있는 시 읽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