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잡지의 사생활 - 박찬용

마루안 2021. 4. 23. 22:26

 

 

 

잡지를 여럿 정기 구독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예지 한 권, 영화, 여행, 예술지까지 서너 권은 기본이었다. 한창 호기심 많고 싸돌아 다닐 때라 가볍게 세상 흐름을 읽는 데는 잡지가 가장 좋았다. 사는 것이 시들해졌기 때문일까. 지금은 문예지 하나 남았다.

 

그것도 정기 구독이 아니라 서점 나들이에서 구입한다. 서점에 갈 때마다 구경 삼아 들춰보는 잡지는 여러 종 있다. 요즘 잡지는 비닐에 싸여 있어서 사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잡지도 꽤 된다. 하긴 잡지사 입장에서는 대충 읽고 맛만 본 후 안 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영업 전략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요즘 잡지도 생존 전략이 치열하다. 예전에 좋아 했던 알찬 잡지들도 경쟁에서 밀리고 적자를 견디지 못했는지 사라진 잡지들이 많다. 하긴 나부터 요즘 잡지를 잘 안 사는데 오죽할까. 몇 개의 문예지와 시사 주간지 빼고는 잡지에 관심이 별로 없다.

 

명품 자동차는 물론 명품 의류나 시계, 구두 등에 무관심하니 더욱 그럴 것이다. 요즘 잡지는 내용도 그렇지만 광고부터 크고 비싼 것만 나온다. 내용물 또한 연예계 소식이나 성공한 CEO 등 상류층만 나오니 나 같은 비주류는 더욱 흥미가 떨어진다.

 

거기다 제목들은 왜 그렇게 외국어 일색인지, 심지어 한글 없는 영어 제목만 표기한 잡지도 있다. 내용 또한 외국어 일색이긴 마찬가지다. 한글은 외국어를 보조하거나 원음을 표기하는 문자로 전락했다. 아무리 그것이 요즘 트렌드라 해도 한글 오염이 너무 심하다.

 

이 책 <잡지의 사생활>은 말 그대로 잡지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쓴 책 잡지의 이모저모 이야기다. 문학적인 제목도 금방 눈에 들어오고 저자의 글솜씨가 좋아 아주 재밌게 읽힌다. 모르는 분야를 알게 되는 것처럼 즐거운 것이 또 있을까.

 

동네 병원이나 미장원, 관공서 대기실에서 공짜로 보거나 심심풀이 땅콩처럼 입가심으로 읽는그저 두껍고 무거운 잡지라 생각했는데 책 내용은 잡지계의 내면을 제대로 알려 준다. 잡지계라고 전문가의 고뇌가 없을까. 나름 애로 사항이 많다.

 

저자는 몇 군데의 잡지 에디터로 일했다. 나는 기자와 에디터의 차이를 잘 모르겠으나 요즘은 에디터라는 말을 많이 쓴다. 특정 잡지의 꼭지를 맡아서 인터뷰를 하거나 취재 내용을 싣는 거는 기자 하는 일과 큰 차이 없는 듯하다. 암튼 읽을 거리 좋아하는 내가 잡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