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모서리 - 서화성

마루안 2022. 8. 1. 21:46

 

 

모서리 - 서화성

 

 

어딘가 모르게 모가 난 사람은 아프거나 슬프다고 말한다

한때는 모가 난 사람이라고 유행가처럼 싫어한 적이 있었다

그런 모가 서리를 만나면 모서리가 되었고

그런 모서리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혹독하다는 말처럼 슬펐다

모서리는 사랑받지 못한 둘째 같은 것

모서리는 자식을 기다리는 우리 엄마 같은 것

살짝이라도 멍이 들면 아프기 때문이다

뾰쪽할수록 더 아프고 슬프다는 것

모가 난 사람은

한 번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 것이고

뜨거운 고백 하나는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은 마음 한구석이 장작불처럼 슬플 것이다

 

 

*시집/ 내 슬픔을 어디에 두고 내렸을까/ 시산맥

 

 

 

 

 

 

낮잠 - 서화성

 

 

gs 편의점 옆, 삶에 짓눌려 낮잠을 자는 노인이 있다

간혹, 햇볕을 쫓아가는 봄날처럼

길 건너 돈벼락을 맞은 사람이 지나가고

 

언제 사치스럽게 뜨거운 국밥을 먹었던 기억이 없었다

퉁퉁 부은 얼굴을 파묻고 짜내도 눈물이 없었다

하루를 견딘다는 건

추위에 익숙하다는 건

 

덩그렇게 놓여 있는 삶의 무게 앞에서

나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오늘이 무슨 계절인지 잊으려고 애를 쓴다

 

쓰다 버린 일회용 휴지처럼

햇볕이 따갑게 드는 구석진 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오지 않는 낮잠을 잔다

 

반갑지 않은 손님처럼

삶이라는 게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걸까

 

생일날,

목젖이 뜨겁도록 미역국을 먹었던 기억이 있었던가

삶을 이야기하기에 너무 멀리 와 버렸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조그만 상처에도 쉽게 아물지 않는 나이

 

그것도 복이라고 생각하니

속 깊은 곳에서 눈물이 올라왔다

따사로운 햇볕에 한번쯤 웃어 본 적이 있었던가

 

나에게 남은 하루란

그저 우주 바깥에서 흩어지는 먼지조차도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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