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 - 유승훈

마루안 2015. 3. 2. 03:06

 

 

 

요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기억에 남은 책이다. 소금은 꼭 필요한 것인데도 갈수록 주목을 받지 못하는 물질이다. 고헐압과 심장병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더욱 기피하는 겻이 소금이다.

천덕꾸러기가 된 요즘이야 소금이 넘쳐나지만 예전에는 소금이 아주 귀했다. 소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걸 실감할 수 있게 소금의 역사를 아주 세세히 기록하고 있는 소금 같은 책이다. 그만큼 귀한 내용이다.

문화사에 관한 책 대부분이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 많은데 소금의 역사를 한국인 저자의 책으로 접한 것부터가 반갑다. 제대로 간이 된 이런 서적을 접할 때면 우리 사회에 좋은 저자가 왜 필요한가를 절실하게 깨닫는다.

소금과 연관된 생활사를 기록한 내용은 아주 맛깔스럽다. 저자의 문장력도 한몫 한다. 지금이야 어디서든 살 수 있기 때문일까. 흔하면 무심코 넘기기 쉬운 것, 소금은 우리가 마시는 물이나 공기 같은 존재다.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이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소금 생산하는 곳으로 염전을 떠올리지만 이 천일염이 생산된 것은 백년 남짓이다. 일제 강점기에 염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한국의 소금은 대부분 자염이었다. 자염이란 바닷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여 수분을 증발시키고 남은 소금을 말한다.

노동력도 많이 들고 참으로 비생산적이긴 했지만 그래서 소금이 귀했다.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은 강을 따라 소금배가 들어갔고 거기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 사람은 소금장수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전래 동화에도 소금장수가 자주 나온다.

자염을 생산하려면 엄청난 연료가 필요했다. 연탄도 석유도 가스도 나오기 전이라 천상 땔감은 나무뿐이다. 집에서도 음식을 조리하거나 난방을 위해 땔감이 필요했기에 얼마나 많은 나무가 필요했겠는가. 예전에 대부분의 산이 민둥산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소금의 역사는 인류의 문화사이기도 하다. 소금과 음식은 불가분의 관계다. 생선을 보존하기 위해 젓갈을 만들었고 채소를 보존하기 위해 장아찌나 김치가 만들어졌다. 요즘이야 소금이 기피 대상의 천덕꾸러기지만 예전의 부엌은 소금이 왕이었다.

삶은 계란도 순대도 닭백숙도 소금을 조금 찍어 먹어야 맛있다. 소금의 역사는 다른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차마고도와 실크로드도 소금 교역을 위한 길이었다. 과하면 해롭지만 꼭 필요한 소금, 이 책처럼 소금 같은 좋은 책이 많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