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재밌게 읽었다. 추리 소설처럼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치 못할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이다. <인체재활용>이라는 제목도 참 잘 지었다. 명료하게 다가오면서 한편으로 아주 문학적인 제목이다. 말 그대로 이 책은 기증된 시신으로 각종 실험을 하는 내용이다.
흔히 커대버(Cadaver)라고 하는 인간의 시체는 해부용으로 많이 사용되나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 커대버가 각종 연구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주름살 제거 수술을 할 때도 사전에 시신의 얼굴로 수술 연습을 하고 나서다.
레지던트들이 외과수술을 익히는 방법은 경험 많은 외과 의사들이 집도하는 수술 현장을 지켜보면서 익힌다. 그래서 유명 의사의 수술 현장에는 수술과 직접 관계 없는 이런 관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다르다.
의대생들의 해부학 수업이 중요한 이유다. 마치 미용 실습을 할 때 마네킹 가발로 실습을 하듯 시신의 얼굴로 많은 연습을 한 성형외과 의사가 유능한 의사가 되기 마련이다. 구경만으로 공부 끝에 실제 코를 세우는 수술을 하다 사고라도 나면 어쩔 것인가.
성형 수술이든 암 수술이든 실전에서 실패는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성형 수술을 하다 얼굴 신경을 건드려 평생 표정을 짓지도 웃지도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다. 예뻐지려다 웃음을 잃은 경우다. 성형 외과 커대버 실습은 죽은 지 얼마 안된 싱싱한(?) 시신이 효과적이란다.
이해하기 힘들겠으나 19세기까지 시체에서 뽑은 이빨로 치과의사는 틀니를 만들었다. 모조 치아가 발명되기 전이라 어쩔 수 없다. 싱싱한 치아를 지닌 채 죽은 사람은 치아가 없는 늙은이를 위해 자신의 치아를 틀니로 제공한 셈이다.
예전에는 시신 구하기가 힘들었다. 자신의 육체를 훼손하는 것이 조상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기의 시신 기증은 처형된 죄수들이나 병원에서 사망한 무연고자들이었다. 지금도 무연고 시신이 암암리에 커대버로 활용되고 있단다.
뇌사자의 시신은 장기 기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장기나 연골 등은 필요한 환자에게 이식되기도 하지만 피부를 기증할 경우 화상 환자에게 이식 되고 남은 피부는 주름살 제거나 성기 확대에 이용되기도 한단다. 인조 보다 살아 있는 피부가 부작용이 없다.
커대버는 범죄 수사에도 일조하고 있다.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기 위해 법의학은 필수다. 이 책에 소개된 시신 부패 실험실은 다소 거북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무척 흥미로웠다. 시신을 다양한 환경에 두고 어떻게 부패 과정을 거치는지 연구하는 곳이다.
시신을 기증한 사람으로써는 자신의 육체가 구더기 먹이로 썩어가는 과정에 활용되는 것을 꺼리겠으나 이런 희생이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죽음에서 구조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리라. 이 외에서 중세 시대에 시신을 해부하기 위해 새로 생긴 묘지에서 시신을 탈취하는 내용 등 다양한 흥미거리가 있다.
나 또한 사후에 시신을 기증할 의사가 있다. 연명치료거부 사전의향서와 함께 생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나는 죽어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살아 있을 때 하나라도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민폐 끼치지 않고 착하게 살다 죽는 것이 중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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