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더 소중하다 - 이면우
그 시오리 강변길 혼자 가다가 어쩌다 사람 하나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 구비구비 도는 길 저 멀리 보이다 말다 때론 잔솔가지 틈새로 흰 옷자락만 퍼뜩, 어느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곤 잠시 스친다 뒤돌아보면 그 사람은 언제나 짐작보다 아득히 멀어져갔다 나는 등을 보인 사람은 참 빨리도 내게서 멀어지는구나, 했다 나도 등대고 함께 멀어져갔음을 알지 못할 때다.
산 속에서 길 잃고 능선을 휘돌아 또 그 자리에 저물던 날, 거기 어디쯤 추적추적 봄비 젖으며 비탈밭 돌 하나씩 들어내던 노인의 굽은 등을 그냥 지나쳤다 소리쳐 묻기엔 멀고 비탈길 올라 다가서기엔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다만 마음 속 지름길 따라 눈 먼 소, 터벅터벅 가던 거였다.
등 보인 이가 돌아서도록 내가 부르지 않는 것, 그게 부끄러움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등이나 부끄러움은 왜 또 지나고 난 뒤에야 보이는 건가 가슴 깊이 새겨가기로 한다.
*시집,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북갤럽
소쩍새 울다 - 이면우
저 새는 어제의 인연을 못 잊어 우는 거다
아니다, 새들은 새 만남을 위해 운다
우리 이렇게 살다가, 누구 하나 먼저 가면 잊자고
서둘러 잊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아니다 아니다
중년 내외 두런두런 속말 주고 받던 호숫가 외딴 오두막
조팝나무 흰 등 넌지시 조선문 창호지 밝히던 밤
잊는다 소쩍 못 잊는다 소소쩍 문풍지 떨던 밤
*시집,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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