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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다니엘 튜더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기자가 한국에서 취재한 사회 현상을 세밀하게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라는 아주 문학적인 제목도 맘에 들지만 특히 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의 정치 현실을 지적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서양 언론의 특파원으로 한국에 머물렀던 그는 언론인이나 정치인에게 빌붙어서 콩고물 받아 먹는 기자는 아니다. 오히려 불법이 아닌 선에서 받아 먹을 것은 적당히 챙기고 대중과 언론을 이용하는 정치인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그가 취재한 기간이 이명박근혜 정권 시기에 집중 되어서 새누리당과 함께 두 정부를 파헤치고 있다. 이명박의 사대강 사업과 자원 외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도 지적한다. 그 돈으로 차라리 복지에 투자를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진단도 한다..

네줄 冊 2016.09.07

사라진 검정 고무신

아주 옛날 동네에 TV가 있는 집은 대단한 권력이었다. 그 아이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텔레비전을 보러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속극은 대단한 인기였다. 수사반장, 소머즈, 타잔, 그리고 권투 중계,, 온 마을 사람들이 꽉 찬 안방은 극장과 다름아니다. 문제는 신발이다. 댓돌 위에 엉킨 신발을 바꿔 신고 가는 경우가 생긴다. 일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었다. 새 고무신을 누군가 신고 가고 헌 신이 남았다. 내 신발을 찾아 댓돌 위를 헤매는 동안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그집 식구 신발 외에 한 켤레가 남았다. 약간 헐렁한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신고 집으로 왔다. 이튿날 어머니는 단박에 내 신발이 바뀐 것임을 알고는 야단을 쳤다. 온 동네를 뒤지고 다니다 결국 찾았다. 아랫 동네 아무개가 신고 갔다.

열줄 哀 2016.09.02

미치겠다 이 문장

나는 냉면을 내리던 옛 제면 노동자의 무너진 어깨를 생각한다. 화상으로 가득한 요리사의 팔뚝을 떠올린다. 칼에 신경이 끊어진 어떤 도마 노동자의 손가락을 말한다. 그뿐이랴. 택시 운전사의 밥때 놓친 위장과 야근하는 이들의 무거운 눈꺼풀과 학원 마치고 조악한 삼각김밥과 컵라면 봉지를 뜯는 어린 학생의 등을 생각한다. 세상사의 저 삽화들을 떠받치는 말, 먹고살자는 희망도 좌절도 아닌 무심한 말을 입에 굴려본다. 아비들은 밥을 벌다가 죽을 것이다. 굳은살을 미처 위로받지 못하고 차가운 땅에 묻힐 것이다. 다음 세대는 다시 아비의 옷일 입고 노동을 팔러 새벽 지하철을 탈 것이다. 우리는 그 틈에서 먹고 싸고 인생을 보낸다. 이 덧없음을 어찌할 수 없어서 소주를 마시고, 먹는다는 일을 생각한다. 달리 도리 없는 ..

열줄 哀 201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