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 고광헌 그분 - 고광헌 그분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깊은 산맥입니다 지난 세월 단 한번도 바로 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이 좁은 가슴에 그분을 담을 수 있겠습니까 그분 앞에선 언제나 옷깃을 여몄을 뿐 그분이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예술이던 시절에도 감히 그 모습 그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줄 詩 2016.11.25
만추(晩秋) - 성선경 만추(晩秋) - 성선경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분노나 슬픔 혹은 절망이 우리를 강하게 하는 것은 아니듯 기쁨이나 행복 혹은 희망이 우리를 약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고통스런 꽃샘의 끝에 봄꽃이 피듯이 가장 화창한 봄날에 꽃잎이 꿈같이 지듯이 아내보다 더 어른스런 말을 하는 .. 한줄 詩 2016.11.20
무소속 - 이영광 무소속 - 이영광 부자들에게 십원 한 장은커녕 젖은 눈길 한번 받은 적 없는 서민들이 서민이므로, 서민 이외 다른 배역이라곤 얻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너무 열받고 뼈아프고 어지러웠으므로 로또, 부자를 찍어 옥좌에 앉히고 국회로 보낸다 우리를 짖이겨버리세요 네가 날 살려주지 않.. 한줄 詩 2016.11.20
쑥부쟁이 피다 - 김추인 쑥부쟁이 피다 - 김추인 가을이사 붉든가 말든가 족속들의 꽃 덤불 저만치 두고 혼자 감감 낭떠러지 아래나 짚어보는 꽃아 불쟁이 딸아 벼랑 귀 잡고 서서 저를 보라- 흔들어 쌓는 네 꽃 짓, 눈이 시리다 떼 갈가마귀 구름장을 물고 잣봉을 넘으면 동강이 곧 시끄러워지겠는데 뉘 오신다 .. 한줄 詩 2016.11.06
풍선 - 김사인 풍선 - 김사인 한번은 터지는 것 터져 넝마 조각이 되는 것 우연한 손톱 우연한 처마 끝 우연한 나뭇가지 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 모퉁이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많이 불릴수록 몸은 침에 삭지 무거워지지. 조금 질긴 것도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네. 모퉁이를 피해도 소용없네. 이번엔 조금.. 한줄 詩 2016.11.04
독한 낙엽 - 강영환 독한 낙엽 - 강영환 길이 묻힌 산문 밖 물 위에 스스로 진 낙엽은 독하다 멍 든 잎을 등에 업고 서산에 저물어가는 노을 속으로 온 몸을 굴러가는 물소리 골짜기에 남긴 발자국이 독하다 넘어지고 고꾸라지고 부딪쳐 찢어지고 깨어져도 잠기지 않는 색을 멀리까지 힘들어도 데려가고 싶었.. 한줄 詩 2016.10.19
흔들리는 가을 - 이수익 흔들리는 가을 - 이수익 앞으로 또 다시 추운 겨울이 오리라는 예감 때문에 스스로 옷을 벗는 나무들, 물이 마르는 강바닥, 추수로 비어가는 들판, 하늘마저 끝없이 맑고 푸르니. 잠시 무슨 전야의 등불처럼 우리들 마음 어수선히 흔들리고, 나는 무한정 네가 그립고, 바람따라 어디론가 .. 한줄 詩 2016.10.17
오늘은 나의 날 - 유계영 오늘은 나의 날 - 유계영 내가 너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너의 바깥에 장롱처럼 버려질 것이라는 예감은 2인용 식탁처럼 물끄러미 불행해질 것이라는 예감은 모두 틀렸다 입안에 총구를 물고 방아쇠를 당겨 봐 바람 맛이 난다고 했다 하필 내가 가진 총 속에만 가득했던 총.. 한줄 詩 2016.10.17
백발의 그리움 하나 - 홍윤숙 백발의 그리움 하나 - 홍윤숙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일까 한 시대 에둘러 돌아와 후득이던 고향의 예감 같던 바람 소리 한 시절 바람은 나의 내부에서 일어났다 아니 내 몸 전체가 온통 한 푸대의 바람이었다 나는 날마다 들끓는 바람이 되어 세상의 끝을 헤매 다녔고 돌아오는 길은 .. 한줄 詩 201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