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다음 열차 - 유병근

마루안 2017. 12. 10. 19:23

 

 

다음 열차 - 유병근

 

 

그 물빛의 찌그러짐에 합승한

그 물빛에 어리는 주름살에 합승한

물빛이 말하는 들고남에 합승한

어긋나다가 돌아서는 소용돌이에 합승한

어쩌다 앙큼한 꿍꿍이에 합승한

흐리다가 맑아지는 천방지축에 합승한

방축에 주저앉은 알갱이에 합승한

꼬리 무는 헛소문과 참소문에 합승한

물갈퀴로 할퀴는 아귀다툼에 합승한

끝장 보는 날의 멍투성이에 합승한

뚫어도 다 뚫지 못하는 가슴앓이

고로쇠나무의 상처에 합승한

아무 이유도 없는 아무것에 합승한

구름에 떠도는 소용돌이와

물빛지느러미와 아가미에 합승한

다음 열차는 다음 역까지만 간다

 

 

*시집, 꽃도 물빛을 낯가림한다. 작가마을

 

 

 

 

 

 

뽕짝설화 - 유병근

 

 

뽕짝으로 읊는 뽕짝의 목덜미에 한 계절이 오고 한 계절이 가고 있다 뱃고동소리 또한 한 계절이다 계절에 익은 뽕짝이다 저만치 뜬 바다를 울리며 온다 지금은 주의 깊게 뱃고동소리에 귀를 댄다 커다란 풍선 하나 먼 소식을 어깨에 거머쥔 무게를 띄우고 있다 한 흔들림을 어제처럼 유달리 띄우고 있다 기역ㄱ에서 히흫ㅎ까지 그러고 있다 더부살이 아닌 뽕짝과 뽕짝의 파일에 걸린 풍선은 구름 속 구름이 되고 있다 한 소식도 덩달아 구름이 되고 있다 흔들림 그 또한 어제 그 뽕짝이다 어쩌다 마름모 같고 긴 화살표 같다 세모꼴 모양들이 흔들림을 따라 온다 호각소리 같고 백기 내리고 청기 올리는 놀이 같다 깃발을 높이 세운 뽕짝은 뽕짝 정류소에서 방금 목청을 더 높이 세우고 있다 누구는 능글맞고 누구는 쌀쌀맞고 세상만사 그런 거라고 방금 마이크 앞에서 뽕짝노래로 한 판 신풀이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