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746

바위 닮은 여자들 - 이봉환

바위 닮은 여자들 - 이봉환 물기만 살짝 젖어도 반짝이는 조약돌이었던, 그 좋은 한때가 벌써 오래 전에 졸졸 흘러가버린 여자들 대여섯이 계곡물에서 텀벙댄다 나는 아들만 일곱을 낳았어 이년아! 일곱이면 뭘 해 영감도 없는 것이? 까르르 웃음보 터지고 물방울들 바위를 구른다 아직도 그렇게 반짝이던 생이 남아 있을라나? 바위를 닮은 여자들 가랑이 사이에 검푸른 이끼가 끼어버린 여자들이, 풍덩 뛰어들면 금세 거무튀튀해지는 바위들이 계곡에서 삼겹살에 상추쌈에 대두병 소주를 맛나게 마시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날리거나 말거나 아카시아 숲 속으로 꽃마차가 달리거나 말거나 보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바위들이 낮술에 취해 물속에 가랑이를 터억 벌리고 누워 있다 영감 그거 있어봤자 성가시기나 하지 뭘 해? 그래도 등..

한줄 詩 2018.01.16

Mozart - Piano Concerto No. 23 in A Major, K. 488: II. Andante

Orchestra: Concertgebouworkest Piano: Friedrich Gulda Conductor: Nikolaus Harnoncourt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Nikolaus Harnoncourt)가 지휘하는 네덜란드 왕립관현악단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 연주다. 지휘자 이름도 관현악단 Concertgebouworkest란 이름도 스펠링부터 발음까지 엄청 어렵다 모짤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선율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다. 제목이나 연주자를 몰라도 가슴으로 전해 오는 감동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좋은 곡은 그냥 좋은 것이다.

두줄 音 2018.01.16

휘파람 여인숙 - 이기영

휘파람 여인숙 - 이기영 그 많은 입들은 다 어디에서 왔는지 그 많은 눈동자들은 또 어디로부터 시작됐는지 소문의 진원지는 아무도 모르는 배후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씹어도 질리지 않는 공용의 레시피가 있고 누가 묵었다 갔는지 아무도 관심 없는 이 허름한 소행성으로부터 입들은 더 은밀한 입들을 따라 빠르게 몰려들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떤 표정도 없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러니까 소문의 배역에는 억울한 주연도 빛나는 조연도 없는데 한때의 통속일 뿐인데 모르는 척, 아는 척, 번쩍거리는 수많은 가면과 한 패거리가 되고 갈아타야 할 타이밍만 남은 비밀 아닌 비밀을 품은 허기는 허기에 닿지 못한다 구석진 방에 온갖 상상과 몸부림치는 비애를 낳아놓고 그 많던 타인들은 또 어느 다정함 속으로 사라졌는지 *시집..

한줄 詩 2018.01.16

녹 RUST - 조나단 월드먼

나는 이런 책이 참 흥미롭다. 처세술과도 관계 없고, 그렇다고 빼어난 문장력으로 문학적 완성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에서 무심하게 넘길 수 있는 것을 깊이 있게 파헤친 내용이다. 저자는 어쩌다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녹(綠)의 사전적 풀이는 이다. 신기하게도 녹의 한자는 녹색과 동일하다. 흔히 녹색은 유월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는 우거진 숲의 녹음을 떠올리게 되나 쇠붙이의 녹은 그 색깔이 아니다. 어떻게 綠이라는 뜻이 이렇게 대비가 되는 곳에 같은 글자로 표기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혹여 청동 기와에 낀 파란 녹을 표기해서 그랬을까.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에도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이 나오기는 한다. 옛날의 파란 녹은 금속의 발달과 함께 현재의 고동색 비슷한 색으로 변했다. 현대인의..

네줄 冊 2018.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