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녹 RUST - 조나단 월드먼

마루안 2018. 1. 16. 13:35

 

 

 

나는 이런 책이 참 흥미롭다. 처세술과도 관계 없고, 그렇다고 빼어난 문장력으로 문학적 완성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에서 무심하게 넘길 수 있는 것을 깊이 있게 파헤친 내용이다. 저자는 어쩌다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녹(綠)의 사전적 풀이는 <산화 작용으로 말미암아 쇠붙이의 겉에 생기는 물질>이다. 신기하게도 녹의 한자는 녹색과 동일하다. 흔히 녹색은 유월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는 우거진 숲의 녹음을 떠올리게 되나 쇠붙이의 녹은 그 색깔이 아니다.

어떻게 綠이라는 뜻이 이렇게 대비가 되는 곳에 같은 글자로 표기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혹여 청동 기와에 낀 파란 녹을 표기해서 그랬을까.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에도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이 나오기는 한다. 

옛날의 파란 녹은 금속의 발달과 함께 현재의 고동색 비슷한 색으로 변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자동차도 어떻게 하면 녹에서 자유로울까 발전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녹은 골치거리다. 철이 있는 곳에 녹이 있다고 할 정도로 철과 숙명처럼 녹은 붙어 다닌다.

사람이든 기계든 녹이 슬었다고 하면 망가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곳곳이 조금씩 망가지면서 죽음을 맞이하듯이 금속도 녹과 싸우다 고물이 되어 최후를 맞는다. 많은 과학자들이 어떻게 하면 녹에서 벗어날까 연구한 이유다.

스텐레스가 발명되면서 조금 녹에서 벗어나기는 했어도 여전히 인류는 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금속을 녹슬게 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원소는 산소다. 산소는 인간에게는 생존의 필수 원소지만 금속 입장에서는 파멸에 이르게 하는 숙적이다.

인류사에서 산소의 존재를 안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다. 지구에 생물이 출현할 때부터 산소는 있었지만 인류에게 발견된 것은 200년에 불과하다. 녹은 많은 곳에서 인간에게 골치거리다. 유전에서 석유를 생산해 대륙으로 보내는 송유관도 수둣물을 공급하는 수도관도 녹은 늘 골칫거리다.

큰 구조물의 작은 나사에 낀 녹으로 인해 엄청난 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고 수도관의 녹물은 당연 건강에 해롭다. 그런데도 녹은 생활에서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이유다. 이 세상에는 나와 관계 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