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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로에서 보는 신호등 - 김해동

일방통행로에서 보는 신호등 - 김해동 개망초 핀 언덕길을 지나 일방통행로에 들어섰다 노을에 젖은 신호를 받는 황망한 시간 20년 가까이 남의 부채를 떠안고 더러는 산에도 가고 때로는 새벽녘 학교 운동장을 수십 바퀴씩 돌면서 그래도 '잊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희미한 나무들은 그대로 숲이 되었다 기다린다는 어리석은 기대가 얼마나 치명적인 댓가를 치루게 하는지 전혀 무관하게 슬쩍 끼어드는 차량도 눈 감아 주어야 했다 들풀처럼 한자리에 나서 서로가 전부였던 우리 상처가 무엇인지 배반이 무엇인지 그저 삶이 상처라며 일방적으로 바라보며 살아 온 사람 한 번 잘 못 들면 때와 장소도 없이 체증에 시달리게 한다 일방통행로에서 보는 신호등처럼 *시집, 비새, 종문화사 터널 - 김해동 하루를 살면서도 터널 몇 개씩 지난..

한줄 詩 2018.04.26

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 허수경

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 허수경 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꿈 같은가 현세의 거친 들에서 그리 예쁜 일이라니 나 돌이켜 가고 싶진 않았다네 진저리치며 악을 쓰며 가라 아주 가버리라 바둥거리며 그러나 다정의 화냥을 다해 온전히 미쳐 날뛰었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 등꽃 재재거리던 그 밤 폭풍우의 밤을 향해 나 시간과 몸을 다해 기어가네 왜 지나간 일은 지나갈 일을 고행케 하는가 왜 암암절벽 시커먼 바위 그늘 예쁜 건 당신인가 당신뿐인가 인왕제색커든 아주 가버려 꿈 같지도 않게 가버릴 수 있을까, 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내 몸이 마음처럼 아픈가 *시집,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 꽃핀 나무 아래 - 허수경 한때 연분홍의 시절 시절을 기억하는 고약함이여 저 나무 아래 내 마음을 기댄다네 마음을 다 놓고 갔..

한줄 詩 2018.04.25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박생강

다른 점은 재산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무척 보수적이다. 분단과 더불어 시작된 한국 현대사에서 권력을 잡았던 기득권층은 보수당이었다. 친일과 반공으로 무장한 그들이 조중동을 애독하고 종편을 사랑한다. 소설 속의 사우나에도 늘 종편을 틀어 놓고 있다. 그 화면을 보면서 상류층은 종북과 빨갱이 타령으로 혀를 찬다. 그런데 종편을 번갈아 틀면서도 하나의 종편만은 외면을 하는데 바로 JTBC다. 이 방송사도 그들이 사랑하는 중앙일보 계열이지만 손석희 사장이 오면서 그들과 멀어졌다. 이 소설 제목이 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킬 것과 감춰야 할 것이 많은 그들에게는 JTBC가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종일 조중동과 TV조선을 보면서 세상을 바라보니 당연한 ..

네줄 冊 2018.04.25

빈 화분 - 김점용

빈 화분 - 김점용 베란다에 빈 화분이 하나 오래 전부터 놓여 있다 언젠가 분재에 열중인 사람에게 어린나무를 너무 학대하는 거 아니냐고 넌지시 묻자 화분에 옮겨진 자체가 모든 식물의 비극 아니겠냐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빈 화분 그동안 실어 나른 목숨이 몇이었는지 모르지만 생각하면 나를 옮겨 담은 화분도 아득하다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쳤던 가족, 학교, 군대, 사랑, 일터, 오 대~한민국! 결국엔 우리 모두 지구 위에 심어졌다는 생각 목숨 붙은 걸 함부로 맡는 법 아니라는데 어찌하여 우리는 겁도 없이 생을 물려받고 또 물려주는지 빈 화분 그 오랜 공명이 아직 씨 뿌리지 못한 빈 몸을 울리고 지나간다 어찌하여 화분은 화분이 되었는지 *시집, 메롱메롱 은주, 문학과지성 생명이 밉다 - 김점용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

한줄 詩 2018.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