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연장전 - 박점규, 노순택

마루안 2018. 4. 23. 21:32

 

 

 

노동운동가 박점규의 책이다. 그는 일관된 시선으로 소외 받는 노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 현장에서는 그 직업에 맞는 연장이 필요하다. 이 책이 바로 연장으로 밥값을 버는 사람들의 현장 이야기다.

노동 현장에서 연장은 아주 중요하다. 어쩌면 연장은 노동자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자의 성기를 연장이라 부르기도 하니 연장은 사람과 뗄래야 뗄 수 없는가 보다. 박점규가 쓴 연장전은 육체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밥을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이 참으로 신성한 일이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이 책에서 여러 분야의 노동자를 소개하고 있지만 눈길이 많이 가는 분야는 네 가지다. 미싱사, 화물기사, 간호사, 요리사다. 모두 사자 돌림이지만 노동 강도에 비해 수입은 그리 많지 않은 직업이다. 직업 이름을 들으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지만 구체적으로 그 현장의 실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이 소중한 이유다.

 

후진국일수록 노동자가 대우 받지 못한다. 서양의 복지 국가 대부분이 목수나 보일러공이 변호사나 의사의 수입과 비슷하거나 큰 차이가 없다. 이 책에서 그런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저절로 그런 현실을 알게 된다.

 

모든 밥벌이에는 고단함이 있다. 그러나 그 고단함 뒤에 뿌듯한 결실이 있어야 행복한 사회다. 박점규는 비정규직이거나 강도 높은 노동 현실을 이겨내고 현재의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 기록하고 있다. 이들에게 노동 현장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았다.


노순택의 흑백 사진이 이 책을 더욱 빛내고 있다. 그 또한 부당함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현장을 생생한 사진으로 현실을 고발한 다큐 작가다. 연장傳은 여전히 延長戰이다. 노동자들 땀의 댓가가 제대로 평가 받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그래서 연장戰은 꼭 해야 하고 이겨야 한다. 많은 연장傳들이 더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