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이 태어나던 날 - 김선향
내 동생이 태어나던 날 - 김선향 엄마가 야간근무를 하는 동안 의붓아빠는 내 손바닥을 때리더니 자기 바지를 내렸어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체리쥬빌레와 의붓아빠의 그것이 사이좋게 놓여 있었죠 차가움과 미지근함 체리 향기와 락스 냄새 내 머리를 누르고 그것을 입에 넣으라고 명령했어요 피아노를 사주겠다고 귀에 속삭이면서 이른바 삼종세트는 의붓아빠의 그것 한 모금 체리쥬빌레 한 스푼 피아노 건반 한 개였죠 피아노 건반을 제법 모은 조용한 일요일 그러니까 못생긴 내 동생이 태어나던 날 아빠와 단둘이 집에 있던 오후 내 피아노는 산산이 부서졌죠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쉿, 이건 비밀이예요 엄마가 알면 목을 맬지도 모른다며 그 새끼가 나한테 당부했거든요 *시집, 여자의 정면, 실천문학사 도둑 고양이 - 김선향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