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다 못 한다 - 이자규
그 말 다 못 한다 - 이자규 가까이 가서 보면 알아 슬프고도 아름다움을 잘 아는 가을은 어느 노인의 이면이기도 했을 터 한 수종으로만 일제히 S자로 굽어진 나무들, 도토리들만의 숲, 슬그머니 황금의 몸을 더듬어보다 자식 집 복잡해 노령연금 넘기고 나와 한밤중 리어카 끌고 폐지를 줍는, 주렁주렁 낳은 자식 미안하기만 해서 다 모인 노인들 파동처럼 똑같은 나무들 해마다 큰 돌에 맞고 발로 차이며 흔들려서 척추 바로 서 있는 몸 하나 없어도 오, 모르는 사람들은 황홀한 굴곡이라며 찰카닥 바라보다 간다 하나같이 휘어진 허리며 군데군데 움푹 들어간 몸 안에는 깊은 한숨 백 년도 더 열릴 자식들을 어쩌나, 잔가지들만 가벼이 팔랑거린다 도토리묵, 나무의 멍한 접시로 하루의 멍을 푸는 사람들 신발 끈을 고쳐 맨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