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왜 흘러가고 뜨나 - 홍신선
구름은 왜 흘러가고 뜨나 - 홍신선 시집인지 귀양인지 철모를 나이에 들어와 여직 이 산골에 산다는 아낙, 살다보니 어느 겨를 노골老骨에도 저 건너 산등성이가 몸 섞어 들어오고 그래, 이즘엔 자신도 구부정 늘그막 허리 꺾어 내준단다. 그렇게 의지가지없는 산도 사람도 섞어 살다 그 식으로 본뜨다가 그만 분별없이 왼골에 한 통속 깊었는데 얕으막한 안골 능마루엔 되똑하니 걸터앉은 겨울나무들 그 뒤 하늘에는 눈석임처럼 몇 됫박 구름들이 허송세월 엎질러 흘러나오더니 어슬렁대더니 무슨 겨를에 종적 감췄는지 어쩌다 뒤처져 쉬 잠깐! 꾀죄죄한 바지 괴춤 여미는 무녀리 구름만 이즘은 머뭇머뭇 또 뜬다. 그래 젊어서는 흘러가는 구름, 나이 들면 뜬 구름이라 하는가. *시집, 삶의 옹이, 문학선社 삶의 옹이 - 홍신선 겨우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