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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왜 흘러가고 뜨나 - 홍신선

구름은 왜 흘러가고 뜨나 - 홍신선 시집인지 귀양인지 철모를 나이에 들어와 여직 이 산골에 산다는 아낙, 살다보니 어느 겨를 노골老骨에도 저 건너 산등성이가 몸 섞어 들어오고 그래, 이즘엔 자신도 구부정 늘그막 허리 꺾어 내준단다. 그렇게 의지가지없는 산도 사람도 섞어 살다 그 식으로 본뜨다가 그만 분별없이 왼골에 한 통속 깊었는데 얕으막한 안골 능마루엔 되똑하니 걸터앉은 겨울나무들 그 뒤 하늘에는 눈석임처럼 몇 됫박 구름들이 허송세월 엎질러 흘러나오더니 어슬렁대더니 무슨 겨를에 종적 감췄는지 어쩌다 뒤처져 쉬 잠깐! 꾀죄죄한 바지 괴춤 여미는 무녀리 구름만 이즘은 머뭇머뭇 또 뜬다. 그래 젊어서는 흘러가는 구름, 나이 들면 뜬 구름이라 하는가. *시집, 삶의 옹이, 문학선社 삶의 옹이 - 홍신선 겨우내..

한줄 詩 2018.09.11

항구야 - 서규정

항구야 - 서규정 몇 년을 두고두고 준비해 치룬 시험 다된 밥에 재 뿌리듯, 정작 면접에서 떨어졌다면 자살골을 넣은 공격수처럼 그 젊음들은 골대에 이마를 박고 있을까 열리지 않는 구직의 문 앞에서 녹슨 우산살을 구부려 딸그락거리다 이쑤시개까지 찔러보다 다 쓴 연고 말아 올리듯 무릎을 꿇고 먼 하늘을 물어뜯고 싶었을 것이다 통일로 미래로 가자는 거창한 플래카드 아래 밥벌이를 못해 지하철로 뛰어드는 실직자 수출을 해도 남아도는 고아들 치매에 걸린 노모를 늙은 호박처럼 내다버린 강둑 뒤엔 우후죽순 돋아난 아파트들은 뒷골을 흔들고 있다 저 그러나 우리의 희망이 고장 나지 않았다면 제풀에 놀란 뱃고동 소리에 맞춰 방울토마토처럼 졸아든 심장을 끌어안아보자 보선에 나선 출마자들이 백 개의 도시를 어디다 다 세울 진 ..

한줄 詩 2018.09.11

양치기들 - 김진황

간만에 잘 만든 좋은 영화 한 편을 봤다. 2015년에 제작 되었고 이미 부산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당연 이런 독립영화는 개봉해도 소리 없이 간판이 내려지기 십상인데 놓치면 후회할 영화 중 하나다. 연극배우로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작품에 임하던 완주(박정환)는 빽 있는 배우에게 배역을 맡기자 극단 대표와 다툰 후 무대를 떠난다. 친구가 운영하는 흥신소에서 역할 대행을 하며 생업을 꾸려가는데 어머니의 수술비가 필요하다. 행복은 띄엄띄엄 오지만 불행은 한꺼번에 닥치는 법이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보지만 모두 외면한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살인사건 목격자로 나서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한다. 목돈이 생겨 무사히 위기는 ..

세줄 映 201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