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은 서천군에 속한 읍인데도 서천보다 더 많이 알려진 지명이다. 기찻길 종점이어서 노선도 장항선으로 불린다. 장항을 여러 번 갔다. 기차로도 버스로도 종점은 늘 장항이었다. 좋아 하는 도시 군산을 갈 때도 장항에서 내려 바지선을 타고 건넜다. 장항은 번성했던 흔적을 안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곳이다. 이번의 장항 여행은 딱히 갈 곳을 정하지 않고 정처 없이 천천히 걷기로 했다. 뒷골목에 들어 서자 가을이 자리를 잡기 위해 서성거리는 중이다. 익어 가는 어느 집 대추나무가 가을을 맞기 위해 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번창했던 시절 화물을 실어 나르던 기찻길이다. 장항 거리 곳곳에 이런 폐선이 있었다. 군산으로 가는 바지선이 떠나던 항구다. 고깃배보다 낚싯배가 더 많다. 쓸쓸함이 감도는 골목을 걷는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