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야생의 법 지구법 선언 - 코막 컬리넌

마루안 2018. 12. 12. 22:10

 

 

 

이 책은 20세기 지성이자 최고의 생태신학자였던 토마스 베리(Thomas Berry)가 제창한 지구법을 법학자인 저자가 구체적 대안을 새롭게 제시하는 책이다. 주제가 무거워서인지 술술 읽히지 않고 자주 쉬면서 읽었다.

읽다가 앞부분과 맥이 끊기면 다시 돌아가 읽기를 반복해서 완독이 다소 오래 걸렸다. 내용은 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야생의 법이라는 단어도 생소하거니와 그 대안이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서 조금 막막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법이다. 야생의 법(Wild Law), 혹은 지구법은 지구와 지구 환경을 위한 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만 우주의 역사로 보면 인간 또한 지구에 사는 생물 한 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편리함만을 쫓으며 막무가내로 개발을 하고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 수억 종이 사는 생태계에서 지능이 높다는 이유로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피해를 보는 다른 생물에게 미안함을 갖지 않는다.

그 바람에 이미 멸종된 생물도 생기고 앞으로도 기후 변화로 인해 어떤 환경 재앙이 닥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사람이 지구에 나타나기 전부터 지구는 잘 유지되고 있었다. 생태계는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인간은 현재 지구가 특정 시기 동안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지구로부터 취하고 있다. 매년 생태계와 자연의 순환 과정으로 일정한 양의 신선환 공기와 깨끗한 담수, 비옥한 토양을 생산해낸다. 

 

지구 위에 쏟아지는 태양 빛과 더불어 이 모든 것들은 생명을 지탱하는데 인간이 이 선물로부터 공정한 몫 이상을 취해 다른 생물이 번성하는 데 필요한 것을 박탈한다. 더 나쁜 것은 석탄, 석유, 자하수 등 자연자원의 저장물을 축적되는 양보다 더 빨리 소비하면서 자연자본을 소진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과소비다. 카드 펑펑 긁으면서 소득보다 많은 과소비를 하면 그 개인만 파산을 한다. 그러나 지구 자원을 과소비하면 온 인류가 파산을 할 수 있다. 늘어나는 온실 가스로 북극 얼음이 녹고 기후변화로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의 툰트라까지 메탄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환경 재앙은 고스란히 인간이 감당해야 한다. 문명의 생태 발자국이 환경의 수용능력을 넘어서면 흐름은 문명을 거스르게 된다. 편리함을 쫓는 문명에 가용한 선택지와 시간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바닥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보호구역, 개발제한지역 등, 잘 돌아가는 지구 생태계를 인간 맘대로 규정한다. 지구의 모든 생물은 인간과 동등한 권리가 있다. 공교롭게 이 책의 저자는 얼마전까지 지독한 인종차별정책을 폈던 남아공 출신이다.

 

책에서도 지구에서 인간이 가장 우월한 종이고 그래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오만을 지적한다. 가공의 창조물이 지나치게 많은 권리를 가진 반면 지나치게 적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인간은 행성 지구의  리듬에 따라 사는 방법을 잊었다.

 

자연의 법을 거스르면서 오직 정글의 법칙, 죽이느냐 죽느냐, 적자생존 같은 용어에 익숙하다. 그렇다고 밀림 속에서 문명을 거부하고 사는 아마존 부족처럼 살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자연에서 왔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구법학은 강을 더 이상 강이 아닌 콘크리트 상자가 될 정도로 강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또 강이나 다른 생물의 특성을 인정하고 야생의 법을 발전시키고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야생의 법이 공문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 공동체의 모든 성원을 결합시키고 공동체를 규정하는 공통 기반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뒷편 부록에 실린 <어머니 지구권에 관한 세계 선언> 전문 맨 앞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구의 모든 사람과 나라인 우리는 공동의 운명을 지닌 채 서로 관련되고 의존적인 존재들의 불가분적이고 살아 있는 공동체인 어머니 지구의 한 부분임을 숙고하고, 어머니 지구가 생명과 영양 그리고 배움의 원천으로 잘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음을 감사하게 인정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좋은 책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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