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들 - 정영효
이름들 - 정영효 내가 받은 첫번째 친절은 열두 마리 짐승 중 한 놈과 생일을 엮어 만든 계획 작명은 태내의 이후를 찾아 출생에 보태는 것이지만 간혹 내 이름을 불러보면 먼 소식이 풀리지 않는 사주를 차려놓는다 그렇게 하고, 해야 한다는 식의 믿음 또는 다짐이 나와 다르게 흐르고 문틈에 낀 밤의 외막 같은 몰래 다가오던 적요가 출입을 들킨다 이름이 가진 줄거리는 계속되는 이설 그걸 채우고 죽은 사람은 자신의 명(命)을 탐독했을까 남의 이름을 외울 때 뇌압에 귀가 멍하곤 하다 글자에 묻은 음색의 취향과 얼굴을 함께 떠올리면 인연을 데려온 이력이 궁금하고 낯선 공명이 관계를 꺼낸 채 탁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알아야 해서 곧 숨겨버리는 망각 이름이 처음 만나 베푸는 예의라면 기억하기 힘든 이들은 전래가 어긋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