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우주 - 박정원 막 깨어난 애기나비가 뭉클, 나무만 보고 걷던 나를 꼼짝 못하게 묶는다 어쩜 저리 여린 깃이 애벌레에서 나올 수 있을까 날 수는 있을까 젖은 날개는 언제 마를까 순한 그 고요 앞에서 박새의 작고 뭉툭한 검은 부리가 번개처럼 날카롭다고 느껴지는 순간 한 묶음의 고요가 출렁! 끊긴다 있던 자리에 애기나비가 없다 소란스런 쪽으로 흰뺨박새가 유유히 사라진다 한세상이 오다가 빤히 내 보는 앞에서 쓰러진다 먼저 살아 본 이파리들이 애기나비와 박새를 번갈아 내려다보는 층층나무아래 박새일까 쇠박새일까 진박새일까 되뇌어보는 그 짧고 짧은 사이 *시집, 꽃불, 도서출판지혜 사막 한 쌍 - 박정원 분리된 볼트와 너트를 주우면서 동고비 사막의 당신을 생각한다 한 쌍으로 있어야 할 한 쌍이 서로가 사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