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달빛 노동 찾기 - 신정임, 정윤영, 최규화 외

마루안 2019. 2. 26. 19:08

 

 

 

이 책은 야간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세 명의 저자가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야간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고 그 기록을 책으로 묶었다. 세상엔 참 많은 직종이 있지만 밤에 일하는 사람들처럼 알려지지 않는 직종이 있을까.

나부터 자정 이후에 집밖에 있어 본 적이 한참 되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는 다짐으로 많은 곳에서 만남을 줄였다. 회식도 무조건 1차에서 끝낸다. 원하는 사람은 2차든 3차든 상관하지 않으나 나는 과감하게 빠져나온다. 옛날 같으면 내가 나서서 2차를 가자고 선동했을 것이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자정 넘어 귀가했을 것이다.

동호회 모임도 술로 지새우는 모임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 전화번호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끝마무리가 미지근한 사람을 지우는 일이었다. 휴일 전날은 언제나 새벽까지 부어라 마셔라 술집부터 노래방까지 쓸고 다녔는데 다 끊고 나니 후련하다.

담배를 끊을 때처럼 성공하기가 힘들지 끊고 나면 홀가분하다. 왜 여태 이 좋은 걸 어렵게 끊었나 후회를 한다. 생산적이지도 않고 뱃살만 늘게 만드는 술모임은 가능한 빠지고 참석하더라도 일찍 끝내고 돌아온다. 처음만 힘들지 실천하면 많은 것이 맑아진다.

요즘 자정 전에 들어오니 택시 탈 일도 별로 없다. 일상이 이러니 야간 노동자들을 볼 기회가 없다. 나도 야간은 아니어도 오래전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을 2년 정도 다닌 적이 있다. 워낙 아침 잠이 많은 체질이라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고역이었다.

4시 40분 기상, 5시 27분에 집을 나서 5시 36분 발 지하철 첫차를 탔다. 이 첫차를 놓치면 확실한 지각이기에 매일 똑같은 일상이었다. 집에서 아침 식사는 꿈도 못꾸고 겨우겨우 출근 준비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한 4시쯤 일어나 간단히 아침도 먹고 모닝 커피도 마시고 여유있게 출근하면 좋으련만 왜 그 때는 일어나기가 그리 힘들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나를 생각했다. 퇴근할 때의 만원 지하철에 비해 새벽 지하철 첫차는 빈자리가 더 많을 정도로 썰렁했다. 그 때는 내가 가장 힘들게 사는 줄만 알았다. 이제보니 나보다 더 박봉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 참 많다.

편의점 알바생, 심야사우나 직원, 24시 맥도널드 알바생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야간 노동자들이다. 이 책은 내가 몰랐던 다양한 분야의 야간 노동자를 소개하고 있다. 듣기만 해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우체국 택배를 분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학 시설관리자, 야간응급센터에서 일하는 병원지원직, 비행기를 청소하고 비품을 비치하는 공항운송본부 노동자, 지하철 노동자, 교도소 교정직, 자동차 공장 단체급식 조리원, 고속도로 안전순찰원 등이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사용자든 노동자든 왜 굳이 야간에 일을 해야 하느냐고,, 야간에 일을 하면 주간보다 수당이 더 붙어서 비용도 더 든다. 그러나 대부분 잠이 든 한밤중에도 세상은 멈추질 않는다. 지하철이 운행을 마쳐야 차량이나 철로를 점검할 수 있고 밤에 도착한 비행기라도 바로 복편을 운항해야 하기에 서둘러 청소를 하고 비품을 채워야 하는 것이다.

24시간 돌아가는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도 먹어야 한다. 야식 공급도 필요하지만 일찍 출근하는 근로자의 아침 식사를 위해 꼭두 새벽에 출근해서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장시간의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을 겨우 넘어선다. 열악한 노동 환경을 노조 설립과 투쟁으로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과정도 알려주고 있다.

여전히 비정규직이 많아서 노동자 권리를 제대로 찾기가 힘든 현실이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있었고 그들이 있어서 내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달빛 노동 찾기>라는 제목처럼 그들이 더 나은 환경과 노동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