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에 관심을 둘 때가 있었다. 간결하면서 의미심장한 묘미명에 감탄하기도 했다. 무덤이 있어야 묘비명도 있다. 가끔 걷기 여행길에 무연고 무덤을 만날 때가 있다. 원래는 임자가 있었으나 조금씩 잊혀지다 버려진 무덤이다. 그런 광경을 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느낌이 쓸쓸함이다. 그리고 씁쓸함이 밀려온다. 예전에 내 친구의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연히 술이나 한잔 하자는 전화를 했다가 그날이 장모님 제삿날인데 집으로 오란다. 그녀의 사연을 알고 있기에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그 친구 집엘 방문했다. 친구들 중에서 그 놈이 가장 마누라 복이 많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고졸인 친구에 비해 대학을 나왔고 얼굴 예쁘고 살림도 알뜰한데다 음식 솜씨 또한 정말 좋았다. 단 하나 그것을 약점이라 하기는 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