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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의 흔적, 무덤 꼭 필요한가

묘비명에 관심을 둘 때가 있었다. 간결하면서 의미심장한 묘미명에 감탄하기도 했다. 무덤이 있어야 묘비명도 있다. 가끔 걷기 여행길에 무연고 무덤을 만날 때가 있다. 원래는 임자가 있었으나 조금씩 잊혀지다 버려진 무덤이다. 그런 광경을 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느낌이 쓸쓸함이다. 그리고 씁쓸함이 밀려온다. 예전에 내 친구의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연히 술이나 한잔 하자는 전화를 했다가 그날이 장모님 제삿날인데 집으로 오란다. 그녀의 사연을 알고 있기에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그 친구 집엘 방문했다. 친구들 중에서 그 놈이 가장 마누라 복이 많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고졸인 친구에 비해 대학을 나왔고 얼굴 예쁘고 살림도 알뜰한데다 음식 솜씨 또한 정말 좋았다. 단 하나 그것을 약점이라 하기는 뭐하나..

열줄 哀 2019.05.22

봄, 몸 - 이문재

봄, 몸 - 이문재 -副詞性 4 거기에도 햇빛의 힘 가닿는구나 어지럼증 한바퀴 내 몸을 돌아나간다 기억이 맑은 에너지일 수 있을까 식은 숭늉 같은 봄날이 간다 이 질병의 언저리에 궁핍한 한세월, 봄빛의 맨 아래에 깔린다 죽음이 이렇게 부드러워지다니 이 기억도 곧 벅차질 터인데 햇빛은 지금 어느 무덤에 숨을 불어넣으며 할미꽃 대궁 밀어올리는가 그 무덤들 보이진 않지만 문 밖까지 굴러와 있는 것 같아서 살아 있음은, 이렇게 죽음에게 허약하구나 아픔으로 둥글어지는 젖은 몸, 그리고 조금씩 남는 봄, 자글자글 햇빛이 탄다 *이문재 시집, 산책시편, 민음사 분꽃 - 이문재 소리내지 못하는 나팔에는 붉은 독이 고인다 큰 어둠 단내 나도록 쥐어짜 한 방울 이슬 껴안으며 분꽃 분하게 자라난다 땡볕에 뻥끗 입 한번 못 ..

한줄 詩 2019.05.21

그 봄이 두고 간 이별에 대한 이야기 - 김재진

그 봄이 두고 간 이별에 대한 이야기 - 김재진 한 줄의 문자, 한 줄의 눈물에도 가슴 조인다. 꽃 필 때는 숨을 죽이라고 사랑할 땐 사랑을 조심하고 이별할 땐 다만 헤어질 뿐 이별이라 하지는 말라고 숨 죽인 봄이 꽃에게 말한다. 봄이 두고 간 프리지어 묶음을 벽 위에 매다는 날 매달린 사람처럼 불안한 마음을 괜찮다, 괜찮다고 어루만지는 날 헤어져도 괜찮다. 이제 더 만날 수 없어도 괜찮다. 만날 수 없을 뿐 다시는 볼 수 없다 말하진 말자. 슬픈 문장이나 슬픈 생각은 떠올리지 말자. 압정으로 꽂아놓은 꽃묶음처럼 산다는 것은 물기 빠져 사막같이 메말라 가도 아름답던 한순간을 지키고 견디는 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상실을 예비하니 괜찮다, 헤어져도 괜찮다. 내 곁을 떠나 멀리 가도 아프지만 않다면 괜찮다. ..

한줄 詩 2019.05.21

제주 올레길 17코스

17코스는 광령리에서 제주 원도심까지 시골 들녘과 바닷길 도시길까지 두루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출발지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후반 코스가 다소 지루하다. 마지막 제주 공항의 비행기 이착륙 소리를 들으며 해안길을 쉬엄쉬엄 걸어도 좋다. 용두암 지나 제주 원도심 골목도 나름 괜찮았다. 광령리 사무소 버스 정류장이다. 올레길은 비교적 대중교통으로 잘 연결이 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들꽃 향기를 맡으며 잠시 다리를 쉬었다. 올레길 중간에 이런 석조 의자가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무수천을 가로 지른 다리 아래로 올레길이 연결 된다. 이 길에서 깜빡 리본을 놓쳐 한참을 헤맸다. 보리 익은 들녘을 걷다 보니 어느새 외도 포구에 도착했다. 한동안 해변길이 이어진다. 외도 포구 지나 보리밭 들녁이 끝날 무렵 현사 포구가 나..

일곱 步 2019.05.21

제주 올레길 16코스

올레길 16코스는 출발지 고내 포구에서 광령리까지 걷는 중간급 길이다. 구엄마을까지는 아름다운 해변길을 걷는다. 구엄마을에서 육지로 뱡향을 틀어 들길과 신길을 번갈아 걸어야 한다. 수산리, 예향동 등 예쁜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동네를 거쳐 종점인 산간마을 광명리에 닿는다. 해변길과 들길 산길을 골고루 걸을 수 있는 종합세트 코스다. 중간에 시를 새긴 시비 마을을 몇 군데 만난다. 잠시 호흡을 고르면서 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누가 이런 길을 마다할 것인가. 걸을 수 있는 건강한 다리를 가져 참으로 다행이다. 아담하면서 한적한 고내 포구를 지나면 아름다은 해변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바람은 또 어찌나 향기로운지,, 해변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마을 구엄리가 나온다. 개 짖는 소리도 없을 정도로 아담하고 조..

일곱 步 2019.05.20